▲지난 3월 상경투쟁을 하러 서울에 온 아버지의 동료들과.
강새봄
세계 일류, 몇 천 톤, 몇 조의 배를 만드는 사람은 극악한 노동환경과 고용 차별에 시달리는 인간 이하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일 파업에 돌입했다 - 편집자 말). 글을 보고 거북선을 만들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전함이라는 찬사를 받는 거북선이지만, 이순신 장군이 아닌 조선공들의 손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저는 아버지의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아버지와 동료들의 싸움은 우리들에게 '나도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인간이다!'를 보여주는 소중한 외침과 선언이기 때문이에요.(관련기사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한 달째, 3천 명 모여 '외침' http://omn.kr/1zmr1)
지하철 장애인 시위를 보며 사람들은 '약자는 선한 자가 아니다' 말합니다. 제 또래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이 투쟁하며 일으키는 소음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노동자들을 고소했어요. 하지만 골리앗같은 거대한 배를 막고 조그만 철창 속에 자신을 가두고 싸우는 대우조선의 다윗들을 보며 깨달았어요. 노동자는 '약자'도, '선한 자'도 아니구나. 인간으로 살기 위해 목숨까지도 내어놓는 '강한 자'들이구나.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듯이, 노동자가 생존하는 방식은 세상의 모든 억압과 차별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손잡고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집회에 나갔을 때, 저는 처음으로 '연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면 아무리 무서운 권력과 돈이라도 꼼짝할 수 없다는 것을요. 뉴스기사에서 보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함께살자, 함께버스!'라는 걸 한다고 하던데, 이 편지를 읽으실 분들이 함께버스에 많이 동참하시고 제게 아버지 소식을 전해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폭우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스스로의 존엄을 넘어 모든 한국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과 희망꽃을 피우기 위해 싸우시는 아버지와 동료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우리가족과 어려운 이웃 곁에서 필요할 때 손 내밀어주시는 아버지, 마음 속 깊이 존경합니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인데요. 함께버스로 아버지의 싸움을 공감하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거제에 찾아가면 딸 자랑 말고 투쟁 얘기만 즐겁게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땡볕에서 집회할 때 선크림은 꼭 바르세요.
- 2022년 여름, 오늘도 농성장에서 밤을 보낼 아버지께, 사랑하는 딸 새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