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사회문화 교류가 중심이 돼야 한다

[주장] 통일부의 '초청장' 승인제도 개선돼야

등록 2022.07.08 17:24수정 2022.07.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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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반도에서 대화가 단절되었다.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는 깜짝 이벤트가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남북관계가 단절된지도 3년 반이 되어 간다는 의미다.

현재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남북의 정치회담이나 경제협력과 함께, 아니 그보다 사회문화교류가 더 안정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 기사에서는 기존 남북관계에서 소외되고 왜곡되었던 사회문화 교류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회문화 교류를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맞춰지지 않는 사회문화교류의 모자이크
 
 2012년 평화통일범국민대회추진위원회 행사 모습
2012년 평화통일범국민대회추진위원회 행사 모습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1970년대부터 시작된 남북대화는 1990년대까지 주로 정치문제로 다루어졌으며 그 과정도 비밀스러웠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남북관계에서 경제협력이 핵심적인 과제로 추진되었으나 이 또한 안보 문제로 중단되고 만다. 그렇다면 사회문화교류는 어떠했나?

첫 번째로, 남북 사회문화교류의 현황을 보면, 1971년 이후 진행된 667회의 남북회담 중 사회문화 분야의 대화는 총 62회로 정치(261회), 인도(155회), 경제(136회) 분야에 비해 다소 적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사회문화교류의 경우 2000년 6.15선언 이후 8.15 광복절과 6.15, 10.4 정상회담을 기념해 남북공동행사의 형태로 진행되거나 개별 사회문화 분야 주체들이 북측 파트너와 초청장을 받아 진행한 협력사업들이 많았다.

안타까운 점은 몇몇 사업을 제외하면 한반도 안보의 불안정과 남북간 정치적 갈등으로 안정적인 교류협력을 이어가지 못했고 이런 이유로 사회문화교류의 핵심적인 가치, 즉 교류를 통해 남북 사회의 이질성을 해소하고 한반도 공동체라는 공동의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두 번째로, 남북 사회문화교류는 주로 남한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 사회문화교류가 본격화된 1989년 이후 2017년까지 진행된 사회문화교류를 보면, 우리 국민이 북한을 방문해 진행된 사업은 1718건으로 2만4909명이 방북하였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남한을 방문한 경우는 56건에 3339명으로 전체의 약 3.4%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사회문화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와 신뢰 회복의 성과가 우리 사회에 전달되기 어려웠다. 남북의 사회문화교류가 남북 '사회문화단체' 간 교류에 머물러 버린 것이다.

세 번째로, 사회문화교류는 북한의 '초청장'을 받아 통일부가 승인하는 독특한 형태로 진행되어왔다. 북한의 '초청장'이 없다는 것은 사업의 실패를 의미했다. 이런 '초청장'을 전제로 한 협력사업(방북) 승인제도는 교류협력의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준 결과를 가져왔다. 유사한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우리 단체들이 과도한 내부 경쟁, 즉 '초청장'을 받기 위해 북한에 지급하는 '사업비'를 높여갔다. 2000년대를 중심으로 수요(북측)보다 남측의 공급(사업)이 많다 보니 벌어진 촌극이었다.


어느 순간 남북 간 사회문화교류가 북한의 수익사업이 되어 버린 것도 초청장 승인제도의 문제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다. 그렇게 남북관계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00년대가 지나고 남북관계의 부침이 반복되면서 사회문화 교류는 남북관계를 재개하기 위한 '괜찮은' 이벤트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 교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남북의 사회문화 교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남북의 사회적 이질성을 해소하고 한반도 공동체라는 사회규범을 조심스럽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문화교류는 하나의 사업, 이벤트로 다루어지는 듯하다. 이제 남북관계에서 사회문화교류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 번째로, 사회문화 교류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최근 문화예술 단체들을 중심으로 교류협력의 제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불안정한 남북관계로부터 안정성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이다. 가칭 '남북 사회문화교류 진흥법'에는 남북 사회문화교류 기본계획의 수립과 사회문화교류 진흥위원회의 설치, 그리고 구체화 된 사회문화교류 사업의 지원방안이 담겨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남북 사회문화교류를 활동가, 창작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남북의 사회구성원이 교류협력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 사회문화 단체들이 기존의 교류협력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한국의 창작자들이 저작권 문제 등으로 창작과 공연, 전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는 통일부나 문화관광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현재 대북 투자를 지원하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와 같이 사회문화교류를 지원하고 자문하는 별도의 위원회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문화교류를 위한 새로운 공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리적 공간을 활용한 남북교류가 불가한 상황에서 비대면 교류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회문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남북 사회문화 디지털 플랫폼>은 남북의 교류협력 당사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논의하는 회의장이자, 남북의 창작자들이 함께 공연하고 전시회를 개최하고 남북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모으고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고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창조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
#남북 #사회문화교류 #통일부 #디지털플랫폼 #남북사회문화교류진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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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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