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규탄시민행동 참여단체들이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12시간 앞둔 2019년 11월 22일 낮 12시 미국 대사관 건너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소미아 완전 종료를 위한 12시간 긴급행동을 시작했다.
김시연
아베 신조가 일본의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선택한 노선 중 하나는 친미·결한·반북으로 정리될 수 있다. 2015년 4월 27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손잡고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고 다음날 미일공동비전성명을 발표할 때 인상적으로 표출된 것처럼, 총리 시절의 아베 신조는 미일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쪽으로 일본의 활로를 넓히고자 했다(친미).
한편, 지소미아로 불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서 나타나듯이, 한국과의 군사적 제휴를 강화해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자 했다(결한). 또 고이즈미 내각 시절인 2002년에 거의 성사되는 듯했던 북일수교를 훼방하고 납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데서 나타나듯이, 일본인들의 대북 공포심과 증오심을 부추기는 극우적 방식으로 군사대국화의 명분을 축적하고자 했다(반북).
일본판 조선책략을 연상시키므로 '일본책략'으로도 명명할 수 있는 아베 신조의 친미·결한·반북 노선은 그의 나라에 긍정적 영향뿐 아니라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게 끼쳤다. 적어도 결한·반북 부분은 그렇다.
그는 한국과의 '결'을 통해 한미일 삼각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했지만, 그가 추구한 '결한'은 예전처럼 한국을 종속적·예속적 상태에 두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었다. 한국 국민들은 식민지배 문제를 청산한 상태에서 한일관계를 발전시키를 희망했지만, 그는 극우 역사관인 역사수정주의에 입각해 '일본은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을 못 이겨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하긴 했지만, 피해자들의 의사도 수렴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 사과·배상도 결여했다. 이는 그가 대등한 '결한'을 지향할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줬다.
그가 한국인들의 염원을 외면한 일은, 위안부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번지도록 만들어 도리어 일본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연설에서 그는 일본을 '큰 나라'로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그가 한국에 보여준 행동은 일본을 '작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지금의 일본은 한국과의 역사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뜻을 이루기 힘든 상황에 빠져 있다. 기시다 내각도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싶어 하고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두 정부가 한결 같이 한국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베 신조가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베 신조가 북한과의 수교나 평화적 교류 대신에 냉전시대의 대북 혐오주의를 부추긴 것 역시 일본 외교에 부작용을 초래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에 '재팬 패싱'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사실에서도 나타나듯이, 아베의 반북 노선은 일본의 외교적 입지를 축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처럼 동북아에서 대결 분위기가 고조될 때는 그런 반북 노선이 일본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중국과 대화를 해야 하는 국면으로 바뀌게 되면, 아베의 유산이 일본 외교에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긴장 국면이 유화 국면으로 전환되면 아베의 유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아베 신조로 인해 일본이 잃은 것은 한둘이 아니다. 미일동맹 강화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가 넓어진 측면은 있지만, 남북한과의 갈등 및 대결로 인해 일본의 도덕성이 추락하고 외교 반경이 축소된 측면도 적지 않았다. 아베 신조 이후의 일본이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할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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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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