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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의 공영방송 때리기... 'MB식 방송장악' 신호탄?

여권, 조직적인 KBS·MBC 비판 시작... 언론노조 "시대착오적 방송장악 놀음 그만해야"

등록 2022.07.15 14:21수정 2022.07.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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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 활동 백서'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 활동 백서'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KBS를 비롯해 MBC 다 민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닙니까."
 

여당인 국민의힘이 KBS와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공세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이 본격화 되기에 앞서, 여당 정치인들의 조직적인 공영방송 때리기가 시작된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 원구성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인터뷰를 하다가 '폭탄 발언'을 했다. 사회자가 민주당이 여당의 언론 장악을 우려하고 있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 인터뷰하는 KBS를 비롯해서 MBC 다 민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에 의해서,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닙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우리가 어떻게 이걸 장악을 합니까? 물론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한테 있지만 사장 임명했다고 해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사장 말 듣겠습니까?"


진행자가 "언론인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굉장히 반하는 말씀"이라고 반론을 폈지만 권 원내대표는 "그건 사실 아니냐. 여기서 논쟁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도 "있는 그대로를 얘기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1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 당시 KBS와 MBC의 보도에 대해 '정권 부역'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판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중립성과 공정성 상실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다"며 "KBS 수신료 폐지 청원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고, MBC 메인 뉴스 시청률은 2%대가 나오며 위기 상황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올 만큼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MBC와 KBS 향해 포문 연 권성동

권 원내대표의 연이은 공영방송 비난 발언은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 당시 여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여당(한나라당) 정치인, 관료들은 공개석상에서 MBC와 KBS에 대한 전방위적인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2008년 8월 심재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코드에 맞추어진 KBS는 공영방송의 모습을 크게 훼손했습니다. 때로는 노무현 정권을 비롯한 좌파들의 나팔수로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탄핵 방송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았던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2008년 12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20주년에서 MBC 보도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창립을 축하하는 분위기에 단단히 찬물을 끼얹다. 
 
"지난 일년 동안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가 있었고, 전대미문의 미국발 경제위기가 있었다. 일년간의 어려움 속에서 엠비시가 무엇을 했던가, 사랑받는 방송이었던가, 방문진 이사들은 과연 엠비시의 관리·감독자 역할을 충실히 했던가 자성해봐야 한다. 엠비시가 국민 의식 속에 무엇을 심어줬는지 냉철하게 비판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말은 '말'로 끝나지 않았다.
 
 2010년 4월 7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에서 열린 전 조합원 총파업 집회에서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는 구호가 적힌 흰수건을 든 노조원들이 '청와대 직할통지 저지' '김재철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0년 4월 7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에서 열린 전 조합원 총파업 집회에서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는 구호가 적힌 흰수건을 든 노조원들이 '청와대 직할통지 저지' '김재철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권우성
 
KBS의 경우 해임된 정연주 사장의 뒤를 이어 임명된 이병순 사장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던 방송 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을 폐지했고, 반발하는 직원들을 징계하면서 내부 단속을 했다. 뒷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 지난 2018년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 이후 청와대가 KBS 신임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MBC도 지난 2010년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뒤 <뉴스 후> 등 시사 프로그램이 축소· 폐지되고, 이에 반발하는 직원들은 좌천되면서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다. 김재철 사장의 임명 역시 이명박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한 결과였다.  


지난 2010년 3월 김우룡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큰집(청와대)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2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도 김 사장 선임과 관련해 "임명권자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밝혔다.

MB 정부의 방송장악, 윤석열 정부에서도 반복되나

이처럼 정부의 노골적인 언론 개입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추락을 거듭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집계하는 전세계 국가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31위였지만,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0년 42위, 2012년 44위, 2013년에는 50위까지 떨어졌다.

이런 과거 사례를 더듬어볼 때, 이번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의 신호탄'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는 14일 성명을 내고 "근거 없는 망발을 쏟아낸 권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이야말로 검사 출신 대통령 뒤에 숨어 MB정권 출신의 낡은 인물들과 함께 방송장악을 획책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시대착오적인 방송장악 놀음은 그만하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집권여당,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자기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MBC에서 해직 경험이 있는 최승호 뉴스타파 PD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 원내대표 자신도 일원이었던 이명박 정권이 김재철 같은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해 언론인들을 극심하게 탄압했고, 노동조합의 저항이 시작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성찰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PD는 또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해 "이런 사람이 여당의 대표 역할을 하게 됐으니 여야 합의로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공영방송이 특정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반드시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며 "국민의힘은 과거 대통령실이 나서 공영방송 세월호 보도에 불법 개입했던 자당의 부끄러운 역사를 먼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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