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멈춰! 반노동 엎어! 불평등 - 2022세계노동절 대회'가 서울광장 부근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콜센터 노동자들이 ‘콜센터 상담사들을 존중해주세요’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보장하라’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는 지나친 관리와 통제 중단하라’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권우성
강연에서 주목되었던 것은 "총체적 노동 통제의 현장"으로서 콜센터였다. 화장실 이용 모니터링, 콜 실적 인센티브 경쟁, 전자감시, 자동 콜 분배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세세한 노동통제는 콜센터가 "감정 이상의 노동현장"임을 말해 준다. 콜센터는 그저 "슬퍼도 웃어야 하는" 것을 넘어 신체 활동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의 몸을 통제 및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은 두통, 만성피로, 수면장애, 청력장애, 위장장애, 방광염, 피부질환, 근골격계 통증, 안면마비,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한 콜센터의 노동실태 조사에서는 설문에 참여한 790명의 노동자 중 80%가 입사 후 새롭게 생기거나 악화한 질병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들에게 생긴 질병은 50%가 근골격계 질환, 30%가 청력장애, 방광염, 20%가 공황장애 등 정신과 문제였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어깨 결림과 손목 통증은 상담사에게 "일종의 의무"라고 말한다. 그러한 통증 없이는 노동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처럼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대안 찾기, 화장실 손들기-팔뚝질 손들기-몸 펴는 손들기
그러나 월례 토론에서는 상담사들의 고된 노동환경을 조명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았다. 저자는 상담사들이 행했던 세 번의 손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첫 번째는 상담사를 세세하게 통제하는 콜센터의 억압 속에서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손을 들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손 들기다. 두 번째는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해 모인 노동자들이 드는 손(팔뚝질)이다. 세 번째는 몸 펴기 운동을 하며 노동과 노조 활동을 하며 지친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손 들기다.
모욕적인 손들기는 저항의 손 들기를 거쳐 일상에서 자기 몸을 펴는 손 들기로 변화했다. 이때 펴는 몸은 더 이상 노동 통제를 당하는 억압 속의 몸이 아닌, 일상에서 서로를 돌보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운 저항의 지지대가 되는 몸이 된다.
강연 이후 이어진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에 참여자들은 콜센터 상담사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의 전반적 특성과 연결 지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선소 여성 노동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한 참여자는 콜센터 노동환경과 유사하게 계속해서 양산되는 하청구조로 인해 열악해지는 조선 노동자의 근무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콜센터 상담사 외에도 돌봄 노동, 청소 노동 등 여성이 다수 종사하고, 모두 숙련이 필요한 일들이자 대체가 어려운 일들이지만 그 노동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는 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하청업체에서 장기근속하며 원청의 정규직 상담사보다 더 많은 내용을 숙지한 상담사들조차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을 때 이들의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시험도 안 보고 떼를 쓴다'고 치부하는 경향에는 이들의 노동이 여성이 하는, 그저 '슬프지만 웃으면 되는', 미숙련의, 배터리처럼 쓰고 버릴 수 있는 감정노동이라는 폄하가 자리해 있다고 보았다.
이에 저자는 3분 이내로 업무에 대해 육하원칙으로 후처리, 1분 30초 안에 입력을 완료한 후 다음 콜을 받아야 하는 정신노동이자 육체노동을 수행하는 콜센터 상담사를 칭하는 말이 과연 '감정노동자'가 적절한지, '정보노동자' 혹은 '전자노동자'가 더 적절한 명칭이 아닌지 제안했다.
참여자들은 상담사뿐만 아니라 모두의 손 들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노동자 건강권을 고려한 상담사 평가지표의 설계 방향에 대한 질문에서 강연자는 '적정 콜'을 핵심으로 꼽았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노동'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아직 노동자보다는 고용주의 것에 머무는 현실이 크지만, 여기에 더 많은 노동자의 목소리가 필요함을 모두가 공감했다.
상담사 건강 상태에 대한 집단산재 신청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손상이 아니면 업무 관련성을 입증받기 어려운 산재 인정 체계와 여러 요인 중 명확한 인과관계를 단언할 수 없는 의학의 본질적 한계 속에서, 결국 여론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오갔다. 이는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데서도 마찬가지다.
본 월례 토론의 말미에서 저자는 영국의 여성주의 노동연구자 어슬러 휴즈의 말을 빌려,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상품 제조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 언제나 가장 싸고 유순한 노동력을 찾아왔고 그렇게 창출된 새 일자리를 여성들이 채워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한 일자리들은 과거에는 가정 내 '여성의 일'로 여겨지던 일이라는 것도 함께 말이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그 값싸고 유순한 노동력들은 또한 항상 저항하는 취지의 '손 들기'를 해왔다는 점이다. '밥꽃양'의 조리 노동자, 기륭전자의 전자산업 노동자, 이랜드의 마트 계산원,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코레일 승무노동자, 톨게이트 노동자, 청소노동자, 파리바게트 제빵사, 그리고 콜센터 상담사들까지… 그 외에도 수많은 '값싸고 유순한' 노동력들의 "지지 않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강연이었다.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는 매달 1회 열린다. 다음 토론은 9월에 예정되어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공유하기
과거에 청계천 여공이 있다면, 현재엔 콜센터 노동자가 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