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구매한 휴대용 망원경으로, 보기 어려운 계량기를 확인하는 가스검침원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은평시민신문
지난 18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 골목길에서 만난 가스검침원 A씨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가스계량기 숫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바람이 좀 불기는 하지만 오전 11시를 넘기며 벌써 바깥기온은 이미 30도를 넘긴 상태였다. 초복을 넘긴 더운 여름이지만 그는 마스크를 쓴 채 따가운 햇살아래 걸음을 옮기느라 힘겨운 모습이다.
5분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날씨지만, A씨가 둘러멘 가방 안에는 망원경과 휴대용 단말기 등이 있을 뿐 잠시 목을 축일 물 한 병이 들어있지 않았다. A씨는 "물을 마시면 화장실을 가야 해서 목말라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다. 겨우 화장실을 찾았다고 해도 다시 검침하던 곳으로 돌아오려면 20~30분이 훌쩍 지나가니 물 한 모금 마시는 일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도시가스 노동자는 가스요금 고지서 송달, 가스안전 점검과 가스검침을 한다. 이 중 고지서 송달과 가스검침은 매달, 가스안전 점검은 일 년에 두 번 진행한다. 가스검침 방법은 집집마다 계량기를 직접 확인하고 사용량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보기 쉬운 곳에 계량기가 위치한 집도 있지만 후미지거나 높은 곳에 계량기를 설치한 집도 많다. 높은 곳에 계량기가 설치돼 있으면 까치발을 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서 망원경을 통해 사용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자칫 중심을 잃고 발을 헛딛거나 떨어져 다치는 일도 흔하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예요. 전에는 다치면 이 일도 그만둬야 했는데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 산재처리가 되니까요."
2017년 도시가스 노조가 만들어지고서야 산재처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노조가 있기 전에는 심하게 다칠 경우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