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투데이'에서 10년 간 일하다 부당해고된 두 작가가 14일 꽃을 들고 있는 모습.
손가영
나를 비롯해 적지 않은 이들이 이 소송을 주목했다. 오마이뉴스의
'방송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한 최초 법원 판결 나왔다' (http://omn.kr/1ztmw) 기사에 따르면 판결 당일, 방청석은 30여 명의 방청객으로 꽉차 일부는 서서 재판을 방청해야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최초라서 그랬다. 방송작가가 방송사를 상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일도, 관례처럼 여기던 구두 해고에 반기를 드는 일도, 증거와 법 해석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일도 처음이었다.
두 작가는 패소 자체보다 방송작가 후배들에게 안 좋은 선례를 만들게 될 것을 걱정했다. 그게 무서워 밤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고도 토로했다. 바라는 것은 매일 출근하던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는 것뿐인 두 사람이 법원의 판결, 그것도 1심을 받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MBC가 이번에는 부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기를. 이제라도 두 방송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하기를. 거액의 돈을 들이는 소송전에 앞서 방송 인력의 노동 환경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어쩔 수 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게 된다. 나 역시도 과거의 해고 당사자이자, 현재 방송업 종사자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그렇다.
A와 B작가의 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비슷한 루트로 해고를 겪은 작가를 내 주변에서 세어보기만 해도 열 명은 족히 된다. 서울 전체의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로 범위를 넓힌다면? 아예 전국단위로 확산해서 생각해본다면? 천 명의 방송작가에게서 천 개의 사례가 나올 것이다. 방송작가들은 이미 너무 오래 참아왔다. 서울에서, 전주에서, 광주에서 사라졌던 작가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 방송사와 노동자성을 두고 다투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 이번 판결이 그 증거다. 시대의 변화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기를 쓰고 역행할 것인가. 이제는 방송사가 답할 차례다. 카일 스티븐스의 명언을 재구성해본다.
"방송작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강력한 주체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 내러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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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해고한 방송작가 2명에게 일어난 특이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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