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일상 다운사이징인생의 세번 째 30년을 가볍게 살기 위한 실천은 더하기보다 빼기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 살림살이도 줄이고 번거로운 관계도 줄이자는 제안이다.
정경아
뱃살이 빠지는 기분을 느껴보려고 나도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 중이다. 틈틈이 오래된 옷들을 버렸는데도 옷장과 서랍장엔 뭐가 그리 많은지. 아직 미련을 못 버린 브랜드 정장 몇 벌을 비롯, 코로나 시국에 온라인 쇼핑으로 늘어난 티셔츠와 바지들, 죽을 때까지 입어도 다 못 입을 만큼이다.
값싸니까 많이 사고 많이 쓰라는 자본주의의 속삭임에 속절없이 넘어가 버린 바보 1인! 앞 베란다 수납공간도 두 아이를 키운 결혼생활의 유물로 초만원이다.
젊었을 때는 참 갖고 싶은 게 많았다. 진짜 필요해서가 아니라 갖고 싶은 욕심 때문에 사들인 것들이 많았다. 젊은 날들을 지배했던 심리적 허기가 쇼핑 욕구로 해소됐었을까? 잘 모르겠다. 그 갈팡질팡의 시대가 끝난 후 남은 것들로 내 다용도실이 넘쳐난다는 사실만이 엄연하다. 깊은 후회의 심호흡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쥔다.
"그래, 젊었을 때 못 해본 것, 나이 먹은 김에 실컷 해 보지, 뭐. 지금까지 더하기만 했으니까 이제부턴 빼기야."
하루에 뭐든 세 개씩 버리라던 한 친구의 말도 생각났다. 정리정돈의 여신인 그녀의 아파트는 미니멀리즘의 진수를 보여준다. 부럽다. 그렇다고 내가 엄중한 미니멀리스트가 될 것 같진 않다. 여태까지보다 조금 더 간소하고 단순한 생활 모드로 진입하는 정도랄까.
한 가지 좋은 징조는 이제 사들이고 싶은 것이 적어지거나 없어지는 나이임을 깨닫고 있다는 거다. 제로 웨이스트는 내게 비현실적인 목표. 그저 덜 사고 덜 쓰는 인간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먹고 싶은 것도 줄어들고 있다. 나이를 먹으며 이미 소화 기능이 떨어졌다. 하루 세끼를 다 먹는 건 부담스럽다. 순전히 내 기준이지만 65세 이후엔 하루 2.4끼 정도가 적정량이 아닐까 싶다. 저녁을 6시 이전에 먹되 튀김이나 식용유를 많이 쓴 음식을 피하는 요령도 생겼다.
헤어질 준비일까
요즘엔 음식물 쓰레기뿐 아니라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이려 제법 애쓰는 편이다. 이제부터라도 지구에 쓰레기 테러를 자행하지 말아야지. 그렇다고 지금까지 플라스틱을 별생각 없이 쓰고 버린 내 죄가 줄어든 건 아니겠지만.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의 '시타'라는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분해 기술을 개발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인간관계도 최근 2년여 동안 구조 조정을 거친 듯하다. 코로나19 시국 덕분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사교계 출입을 줄이다 보니, 자연히 인간관계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졌다고나 할까. 이미 관계의 폭보다 깊이가 더 중요해진 나이니까.
한결 단순해진 올 후반기 실행할 계획이다.
1. 친구랑 한 달에 한 번, 당일치기나 1박 2일 여행 다니기.
2. 96세 친정엄마에게 더 많이 웃는 얼굴을 보여드리기.
3. 한 달에 한 번, 일 인당 1만 5천 원 안팎의 점심에 신세 진 선후배나 친구 초대하기
북한산 자락길, 대모산 둘레길도 틈날 때마다 걷고 싶다. 향기 좋은 커피도 많이 마시고 싶다. 가까이 있든 없든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을 축복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되 너무 훌륭하진 않기로!
이런저런 모드 전환은 결국 헤어질 준비일까. 언젠가 이별할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 건 순전히 나이 먹는 덕분일 테니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직장생활 30여년 후 베이비부머 여성 노년기 탐사에 나선 1인. 별로 친하지 않은 남편이 사는 대구 산골 집과 서울 집을 오가며 반반살이 중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