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코로나로 인한 보호자 제한, 보호자들은 속이 탑니다

[주장] 제한 조치로 인해 증가하는 경제적·육체적 부담... 개선이 필요하다

등록 2022.07.31 19:11수정 2022.07.31 19:1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보호자 1인 제한 조치를 시행중인 병원 내부.
보호자 1인 제한 조치를 시행중인 병원 내부.이지은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병명은 뇌종양이다. 5년 전 치료받았던 림프종이 뇌로 전이됐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뇌종양으로 인해 뇌의 기능적 장애가 동반된 것이다. 지금 내가 호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곳이 요양원이다 보니 다양한 치매환자들의 경과도 지켜봤고, 몸이 불편하신 환자분들의 치료 과정도 봤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일이 내게 닥칠 것이라고는 정말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한국의 보통 아버지들이 다 그렇겠지만, 아버지는 정말 성실하게 일하셨던 분이고 퇴직 후 엄마가 다리가 불편해지시자 청소부터 재활용 분리까지 집안일을 다 도와주셨었다. 그런데 왼쪽 뇌의 병변으로 인한 오른쪽의 기능 저하로 갑자기 거동부터 시작해 화장실, 개인 위생 등의 요구가 늘어난 것이다. 

엄마의 '번아웃'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 제한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당장 아버지의 불편감도 속상하지만 얼떨결에 병원을 입원한 엄마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번도 이런 중증 환자의 간호를 해보지 않은 엄마는 아버지의 간호가 힘들다고 했다. 내 첫 임상 경험은 내과 중환자실이었는데, 보통 중환자실에 오는 환자들에게 제공돼 시즌 간호는 '전인간호'다. 환자들의 침상목욕부터 시작해 체위 변경까지 제공이 되고 이때 무의식인 환자들을 간호하기 위해 최소 서너 명의 간호사와 보조원이 함께 2시간마다 환자들의 체위변경을 돕고, 일주일에 두 번씩 목욕을 시켰다.


보통 내과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소변줄과 기저귀를 착용한 상태다. 하지만 지금 아버지의 경우는 소변줄도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의식이 100% 온전한 것도 아니기에 엄마는 항상 아빠가 화장실을 가고 싶은지 확인을 해야 했고, 기저귀 착용은 거부하셨다. 사나흘 동안 화장실을 못가셨던 아버지는 변비약을 복용하셨는데, 그 이후 다가온 후 폭풍(?)은 엄마의 기력을 다 소진시켰다고 한다.

뇌병변에 문제가 생긴 환자를 간호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특히나 아무리 마른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환자를 혼자 간호하는 것은 환자도 그리고 보호자 혹은 간병인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신체적으로 무리해서 하다보면 허리 통증부터 손목 통증 등이 다양하게 올 수 있고, 혹여 부축할 때 아차 하는 순간 낙상사고 등이 발생할 요인도 크다. 


신경과·신경외과 환자 관리, 안타까운 부분 둘
 
 보호자 1인 제한 조치를 시행중인 병원 내부.
보호자 1인 제한 조치를 시행중인 병원 내부.이지은
 
병원과 통화를 하던 중에 혹시 보호자 없는 병동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문의해 보니 아버지의 상황은 보호자 없는 병동에 갈 상황이 아니라는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국으로 바로 입국했지만,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PCR 검사를 기다려야 했고, 보호자 교대를 해야 하는데 보호자 교대하는 것도 자유롭게 되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는 전파력도 빠르고 병원에는 면역이 취약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보니 이런 절차에 대해선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안타까운 부분은 두 가지였다. 이런 신경과·신경외과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있는 병동에 대한 간호 인력 지원이 더 있었으면 하는 점과 입원 전, 보호자 PCR 검사를 받을 때 환자와 같이 PCR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물론 병원마다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엄마가 있었던 신경외과 병동에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은 맞은편에 있는 간병인을 통해서라고 했다. 보통 정이 많은 한국인들은 서로 돕고 부탁하는 것이 자연스럽긴하다. 하지만, 사실 그 간병인 아주머니의 책임은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환자만 잘 돌보면 된다. 맞은편에 위치한 아버지의 간호를 위한 책임이나 의무는 하나도 없다. 

각 병동에 중중도 판정을 받은 환자의 명수가 일정 이상을 넘을 때 이런 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인력을 최소한 1명이나 2명이라도 확충해주면 어떨까?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환자들의 만족감이나 최소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서 올 수 있는 '번아웃'은 조금 줄 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퇴원 후, 난 재입원을 위해 전날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PCR 검사를 위해 병원에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 환자, 입원 당사자의 경우 검사하는 장소에서 바로 접수 후 받을 수 있었지만 엄마의 경우는 아빠를 데리고 윗층의 외래에서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가 수납을 하고 나서 내려오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병원마다 행정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당장 간소화 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다. 하지만 수많은 보호자들과 환자들이 조금 더 양질의 진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이런 부분들이 고려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보건 #보건정책 #코로나 #코로나검사 #뇌질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며, 다양한 시드니 소식을 전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