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헌루를 바라보며 시인을 꿈꾸다문헌서원 입구에 있는 연못과 경헌루를 보며 오래된 과거를 끌어올렸다
박향숙
'시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책방을 운영하는 내게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한시를 읽어본다는 것은 그 시대의 사람들과 사회상 문화상을 공부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흔히 뉴턴의 말로 인용되는 문구,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나도 하고 싶었다. 근현대 시인들의 시를 매일 읽으면서 이 시들의 근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를 궁금해하던 참에 한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문헌서원은 입구에 있는 홍살문부터 이곳의 얼마나 신성한 곳인지를 가늠케 했다. 주로 왕릉이나 향교 서원, 궁궐 같은 곳의 초입에서 통행자의 엄격한 격식과 예절을 살펴보는 것 같은 눈을 가지고 있어서 묘한 긴장감이 생겼다. 고려말 삼은 중 한 사람이며 성리학의 어머니라고 할 만한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한 위패를 모신 곳에 온 것이다.
정문인 진수문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공부하던 강학공간인 진수당과 그들의 거처공간인 '동재(존양재)와 서재(석척재)'가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강론을 펼쳤던 '강론당', 이색의 후손인 한산이씨의 재실인 '영모재', 이색의 문집인 '목은집' 인쇄를 위한 '장판각', 그리고 이색의 초상화(보물 제 1215-2호)가 있는 '목은선생영당'등의 건축물들이 있다.
가장 오랫동안 머물며 멀고 먼 옛날 사람, 학자 이색을 떠올린 공간은 정자 '경헌루'가 있는 연못이다. 풍경이 수려하고 고즈넉한 누각에 서 있노라니 절로 이색 선생이 살았던 시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에 올라탄 듯했다. 혹시 아는가. 그분을 만났더라면 한시의 맛과 멋을 전수받고자 문헌서원의 한 끄트머리에라도 앉아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