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이틀간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 외교장관 회의 모습.중국 신장과 국경을 맞대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은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이며 위구르족과 역사문화적으로 밀접한 친족관계를 맺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역시 SCO 회원국으로 올해 의장국을 맡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SCO를 NATO 혹은 CSTO에 버금가는 안보조약기구로 확대시키려 노력중이다.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이번 기사 '탈레반이 중국 코털도 못 건드리는 이유'에선 중앙아시아에서 몰라보게 높아진 중국의 위상과 그 원인을 살펴보고, 후속편 '
위구르 독립운동가는 왜 야스쿠니를 참배했나'에선 위구르 해방운동의 암울한 현실과 그 미래에 관해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러시아·중국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작년 8월 아프간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영국·일본·한국 등 이른바 '자유민주진영'은 자국민 철수뿐 아니라 공관까지 폐쇄해 버렸다. 이에 한국 주류언론들은 금방이라도 탈레반의 대규모 숙청·학살·테러가 이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며칠 후 날아든 '판지시르의 사자' 고 마수우드 장군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우드가 이끄는 저항군 소식은 더 큰 정국혼란을 예고하기도 다. 반면 이슬람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러시아와 중국은 공관폐쇄를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의 불안정한 치안을 개선할 것으로 내다봤다.
잘 알려진 것처럼 소련·아프간 전쟁(1979-1989)은 소비에트 연방을 무너트린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당시 소련군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무자헤딘 전사들이 바로 오늘날의 탈레반 집권층에 대거 포진해 있다. 중국 또한 테러·분리주의·극단주의를 3대 악으로 규정하며 신장 무슬림 탄압의 명분으로 이슬람 원리주의 예방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러시아와 중국의 태도는 오히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표본과도 같은 탈레반을 감싸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탈레반 정부 수립 초기 이란으로 탈출하겠다던 필자의 지인조차 마음을 바꾸곤 현재 자우즈잔 대학교에서 예전처럼 평범한 교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달라진 점은 월급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것뿐이다. 즉 서방의 예상과 달리 탈레반은 1996년 1차 집권기에 벌였던 무자비한 학살극이나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대신, 보다 안정되고 성숙한 국가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대(對) 중앙아 외교에 능란한 러시아는 그렇다쳐도 중국이 아프간의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경거망동하지 않은 점은 놀랍다. 그 비결이 뭘까?
일대일로 첨병으로 부상하는 신장런(新彊人) 세대
최근 필자는 사마르칸드 공자학원에서 일하는 어느 중국어 교사를 만났다. 리(李)라는 성을 가진 30대 중반의 독신 남성인 그는 (이하 리선생으로 칭한다) 얼핏 보기엔 세종학당 한국어 교사들처럼 평범할 뿐이었다. 그러나 대화를 거듭할수록 그의 중앙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언어감각이 필자를 놀라게 했다. 리선생은 본인의 모어(母語)인 북경어뿐 아니라 위구르어, 우즈벡어, 타직어, 아프간 다리어까지 현지어 대부분을 섭렵해 있었다. 우즈벡에 부임한지 고작 일 년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십 년 이상 중앙아 역사를 연구해온 필자의 노하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