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찌짐이다식당에 가면 볶음밥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길래 따라해 봤다.
박정선
찌짐은 사투리
부산에서는 전을 찌짐이라고 한다. 나도 부산에만 살았을 때는 당연히 "정구지(부추)에 땡초(청양고추) 넣고 찌짐(전) 꾸버(구워) 먹을까?"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러다가 서울에 살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쓰는 사투리를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일들을 보게 되었다.
"엄마, 내가 이 얘기 했제? 처음 서울 올라가서 용돈 번다꼬 학원에서 아~덜 가르쳤잖아. 어느날 내가 설명 다~하고나서 아~덜한테 문제를 풀라고 했써. 그라면서 '틀린 것에는 꼽표 하세요~'라고 했지.
어느 정도 지나서 문제를 거의 다 풀었겠다 싶어서 돌아다니며 답 쓴 거를 보는데 어떤 여학생이 문제집에 꽃을 그려 놓은거야. 그래서 내가 'OO야, 문제 풀라고 했는데 여기 꽃은 왜 그려(↗)놨어(↘)?' 하고 웃으면서 물었더니 가가 뭐라는 줄 아나?
'선생님이 아까 틀린 것에 꽃표하라고 하셔서요.'
그 말 듣고 가랑 내랑 둘이서 엥? 하는 표정으로 있다가 내가 빵 터졌다아이가. 가가 꼽표를 꽃표라고 알아들은거라. 얼마나 웃기던지. 그 뒤로는 꼽표라고 안 하고 엑스표, 가위표 하라고 했다아이가.
그라고 또 어느 날은 내가 아~덜한테 '15쪽 한 바닥 다 풀라고 했는데, 안 풀고 떠드는 사람, 누구니(↗)?' 라고 했더니 저거끼리 뭐라 뭐라하는 거라. 그라던만 한 아~가 손을 들고
'샘, 한 바닥이 뭐예요?'
'뭐? 참나, 이 페이지, 여기 한 바닥 다 풀라고...'
'바닥? 바닥이래?(수런수런X2) 바닥이 뭐야?'
나는 그때까지 바닥이 면(面)의 사투린지 몰랐어. 우린 맨날 '야, 그 바닥 다 풀었나? 그라면 내 쫌 보이도.' 이렇게 말했잖아. 하하하 하하하하."
이런 일을 겪으며 그 뒤로는 웬만하면 표준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한 20년 살고 나니 이제는 다시 부산에 와서도 "엄마, 부추 썰고 청양고추 다지고 오징어 넣어서 부추전 구울까?"라고 말하게 된다.
그렇게 웬만한 사투리는 거의 쓰지 않지만 그래도 찌짐을 '전'이라고 하면 뭔가 맹숭맹숭한 것 같긴 하다. 간 맞추려고 넣는 조선간장이 덜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다 식어서 차가워진, 그래서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고소함과 짭쪼름한 감칠맛이 한 50% 줄어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하)
왠지 부추는 정구지, 청양고추는 땡초, 전은 찌짐이라고 해야 진짜 막 구워서 겉은 바삭하고 고소하며, 뜨거운 것을 후후 불어 입에 넣어 씹으면 맵쌉한(맵싸한) 맛이 목덜미 어디쯤인가를 '탁' 치는, 바로 그 찌짐맛이 나는 것 같단 말이지.
엄마의 찌짐사랑
엄마는 찌짐이라면 다 좋아해서 부추나 쪽파로 찌짐을 자주 만들어 주셨다. 게다가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여러 번 구워 먹을 수 있고, 반찬이 별로 없어도 찌짐이 배를 부르게 하니까 그러셨던 것 아닐까? 내가 음식을 만드는 요즘, 그런 이유로 나도 자주 만들게 된다.
그런 엄마의 찌짐을 구울 때면 꼭 한 가지 지키는 것이 있다. 기름은 거의 두르지 않거나 들기름만 조금 두르고 구워야 한다는 것. 보기엔 퍽퍽하고 맛 없어 보이는데도 뜨거울 때 먹으면 다 맛있다며 엄마는 당신의 취향(기름이 음식에서 번들거리는 것을 싫어하심)을 절대로 고수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