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 작가의 여름나기. 한 여름 그의 방의 온도가 38.5도를 보여주고 있다.
충북인뉴스
- 겨울에 난방이 전혀 안 된다고 하더라.
"냉난방이 전혀 안 된다. 전혀. 방구들도 없다. 겨울엔 전기장판 하나. 여름엔 선풍기 하나가 전부다. (겨울에 추워서) 도저히 못 참겠으면 블루스타(휴대용가스렌지)를 켜고 손을 녹인다. 전열기를 쓰기도 하는데 화재 위험 때문에 주인이 간섭한다. (건물) 단열이 안 되니까 지난겨울에는 한낮에도 얼음이 얼었다. 그것도 커피포트 안에 있는 물까지 얼었다."
- 이 사람들이 여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임대업자(건물주는 따로 있다)나 관리자, 성매매하는 사람,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 도피자, 젊은 여성도 산다. 가끔 정체불명의 사람도 있다.
대부분 기초생활급여 수급자다. 20~30% 정도 기초생활급여수급자 조건에 미달한다. 이들은 더 굶는다. 공통점은 대부분 가정이 없다. 이들은 이곳 여인숙을 가정처럼 거주지로 본다. 생존의 공간으로 본다. (쉽게) 떠날 수도 없다. 떠나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이곳에서 살다가) 도저히 몸이 아파 못 살 정도가 되면 시설에서 데려간다."
- 주거취약계층에 상대로 정부가 펼치는 다양한 정책이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면 좀 더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이곳 사람들은 정부 시책, 거주비 정책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매달 20일만 되면 수급비가 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온다. 여기선 (수급비가 들어오는 20일을) 월급날이라고 부른다.
중간중간에 후원 물품도 들어온다. 계층으로 보면 최하층이지만 집이 없고 여기를 거주지로 보면 (그럭저럭) 살만하다. 최후의 생존에 필요한 정도면 되는 것이다. 최후의 연명 수단이다. 이 정도에 이분들은 만족한다. 정부 정책중 영구임대주택이나 전세임대, 매입임대 주택에 들어가려면 보증금이 100만 원이나 200만 원 이 필요하다. 어렵다. 여기는 통장을 가지고 있는 분이 거의 없다. 열 명이면 아홉 명이 없다.
왜냐? 최저생활급여 받고 살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가 많다.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자산은 0원이다. 매월 나오는 생계급여비를 '깡' 하듯이 미리 건물주나 사장에게 빌려 쓰고 있다. 악순환이다. 그분들이 소지한 잔액은 없다. 그렇게 되다보니 보증금으로 내야 할 목돈이 없다."
- 복지시설과 이곳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냉정하게 보면 '밥그릇' 싸움이 벌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각 시설과 여인숙 사이에 상당한 다툼이 있다. (여인숙 입장에선) 손님 안 뺏기려 하고. 살던 사람이 옆으로 가면 본인 의사로 가도 빼돌린 것처럼 된다. (세입자) 10명이면 월수입이 200만 원이다.
인근 여인숙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 있다. 몸을 못 가눠 냄새가 많이 난다. 방문 목욕을 신청하면 할 수 있다. 신분증만 복사해 제출하면 된다. 사회복지시설 입장에서 보면 시설거주자 한 명에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을 준다. 시설에서도 계속해 온다. (여인숙 업주들은) 막아낸다. 수입이 끊기니까. 여기선 막아낸다. 복잡한 함수관계가 있다."
- 이곳 여인숙 거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곳 재개발사업이 빨리 진행돼 이곳 세입자에게 공공주택을 지어주는 것이다. 삶의 공간 즉 거주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곳은 철거예정지역이다. LH공사가 시공사다. 역전 역세권으로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일부 구역에 국민공공 주택을 지을 계획이 있다. 국민공공주택은 여기 거주하는 500명의 생존을 담보해주려는 거다. 예전 말로 하면 영구임대주택이고 지금은 공공임대 주택이다. 이것이 지어지면 이곳 세입자들은 냉난방이 되는 반듯한 방에서 거주할 수 있다.
작년 10월 철거가 완료될 계획이 잡혔는데 LH 측 문제로 1년, 철거지역 내부갈등으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지장물 조사나 건물주 보상 문제로 전혀 진척이 안 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 누가 피해를 보게 되나? 세입자다. 냉난방 전혀 안 되는 곳에서 계속 살게 된다.
- 우리 사회 공동체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 이 골목 여인숙이나 쪽방촌 밖에 있는 사람도 당대를 사는 (같은) 국민들이다. 이 순간 붕괴위험, 화재위험, 냉·난방이 전혀 안 되는 한 평, 채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최저생계비로 사는 사람들이다. 사진 한번 찍고 가는 일시적인 후원이 아니고 적어도 지속적인 후원, 물적인 것보다도 마음으로 보살펴 주는 관심이 필요하다.
며칠 전에도 새로 취임한 대전시장이 다녀갔다. 40~50명이 다녀갔다. 여기 세입자들도 살아있는 사람이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추하게 보이고 안 좋게 보이지만 다 똑같은 사람이다. 슬프면 울고, 아프면 고통받고 병원 가야 한다. 배고프면 먹어야 되고 배부르면 용변을 봐야 한다. 같이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