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나이트를 들락거릴 만큼 음악과 춤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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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젊을 때도 시간은 빨랐다. 남들처럼 제대하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일상에 젖어 들었다. 춤이나 나이트 따위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다 나이에 맞는 삶이 있는 법'이라고 여겼다.
가끔 팀 회식 때 나이트에 갔지만, 직장 상사가 추구하는 능글맞은 분위기의 성인 나이트는 과거를 떠올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지도 흥겹지도 않았다. 그저 열심히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평화로운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 잘 어울리는 삶이었다.
불혹이 넘어 심장이 다시 뛰었다
결혼하고 10여년 조금 넘는 세월이 흘렀다. 까맣게 잊었던 과거 소환 사건이 벌어졌다. 회사 게시판 속 난데없는 댄스 동우회 회원 모집 공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회사에 입사해 문화동우회, 볼링동우회, 사진동우회, 와인동우회 등 다양한 동우회 활동을 이어왔다.
동우회원 모집 공고문을 보고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린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불혹을 넘긴 나이,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당연히 불가능!'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에게 달고 멀찌감치 물러섰다. 그저 덜컹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동우회에 가입하는 젊은 후배들을 모니터 너머로 응원할 뿐이었다.
하늘이 내 마음을 알았을까. 20대 시절 열정의 기운이 퍼졌던 걸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동우회 발족 막바지에 친한 30대 후배가 손을 내밀었다.
"선배, 남자가 너무 부족해요. 함께 하시죠."
동우회는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다 본사로 복귀한 50대 젊은 마인드의 임원 작품이었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모 팀장도 이미 회원이었다. 우려와 달리 동우회는 세대공감의 장이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40대 이상은 세 명뿐이었지만, '혼자가 아닌 나'만으로도 충분한 동기부여였다. 주눅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설렘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멍석을 깔아주니 마지못해 선심 쓰듯 '그럴까. 한번 해볼까?' 못 이기는 척 후배의 손을 꽈악 잡았다. 가슴이 뛰었다. 춤을 여전히 좋아하는 나를 다시 마주했다. 선후배와 함께 회사 근처 댄스학원에서 아이돌 춤을 배우며 땀을 빼고 또 뺐다. 이전 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상쾌함을 느꼈다. 행복했다. 신나고 즐거웠고 심지어는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도서 <뇌는 춤 추고 싶다>에서는 춤을 출 때 뇌의 변화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춤을 배울 때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고, 학습하고 기억할 때 핵심적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춤을 출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근육을 사용하는데, 이 근육의 움직임은 뇌의 신경회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춤을 추면 뇌를 전체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다양한 감각들이 수용되며, 근육의 움직임과 관련된 작용이 강화된다. 심지어 춤을 출 땐, 심장과 근육만 단련되는 것이 아니라 면역 체계도 강화된다. 정기적으로 춤을 추는 사람은 병에 덜 걸린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나이 들어감에 따라 기억 용량이 줄어들어 늘 의기소침했는데, 과학적 근거를 운운하지 않아도 내게는 고무적인 자극이었다. 생각해보면 인상 쓰면서 기분 나쁘게 춤추는 사람은 없다. 거창한 책 내용을 막연히 찬양하지는 않지만, 춤을 출 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실은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세대 공감의 교집합 안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