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최미향
- 시골에서는 풀과의 전쟁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말을 익히 들었다. 대나무와의 전쟁도 치른 적이 있었다는데.
"20여 년 전, 내 나이 서른 중반에 대기업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고향으로 왔다. 어느날 언덕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대나무밭이 지천이었다. '언젠가는 다 일궈내서 예쁜 꽃밭으로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씩 대나무를 없애 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대나무와의 전쟁에서 승자가 됐다. 지금에 와서는 (쉼이 있는 정원)엄청나게 큰 짐이 됐지만(웃음).
어쨌든 1만6500m2 이상의 넓은 대지에 대나무가 지천이었던 땅을 개간하고 영산홍과 철쭉류, 화초류 등을 심기 시작했다. 그것이 쉼이 있는 정원의 최초 시작이었다. 농사를 지어가면서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일궈 내려니 땀과 정성이 8할이었다.
이제는 다 큰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정원을 걷다 보면 명품 소나무 숲 사이로 갖은 꽃들과 나무들이 호젓한 숲길을 만들어 답답하던 숨길이 고르게 내셔진다. 앙증맞은 꽃들이 만발한 곳을 지나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듯 아주 특별함을 선물 받는다.
산책로 곳곳에는 음악도 흘러나와 한층 분위가 업그레이드됐다. 전망대에서는 정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파노라마도 연출되어 관광객들의 가슴을 추억으로 담아낸다.
때때로 '만약 대나무를 그대로 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나름의 멋스러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천연색 물감을 흩뿌려 놓은 것 같은 이곳의 풍경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대나무를 없애고 정원을 만들고 나니 다양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노상의 정원과 650㎡ 규모의 온실 속 사계절 열대식물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