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리의 아름다운 정원을 선물합니다"

[인터뷰] 충남 제2호 민간정원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서학동 이장

등록 2022.08.10 09:57수정 2022.08.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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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있는 정원’ 서학동 이장 .
‘쉼이 있는 정원’ 서학동 이장.최미향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산19-7'에 위치한 곳에는 시민 모두가 사랑하는 충남 제2호 민간정원인 '쉼이 있는 정원'이 있다.

코로나로 몸살을 앓았던 그 즈음에도 사람들은 튤립, 철쭉 등이 화려하게 꽃 피워진 3천여 평의 공간을 걸으며 상춘객의 핑크빛 설렘을 누렸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치유되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여름빛이 진한 나뭇잎들 사이로 더운 공기를 불어 넣던 지난 6일, 고즈넉한 구릉지 소나무 숲 사이로 1만6500m2 규모의 쉼이 있는 정원 모월2리 서학동 이장을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서른 중반 꽃다운 나이에 젊음을 불태워 민간정원을 만들었다.

그는 말했다. "20여 년 전부터 사재를 털어 조금씩 조성한 곳이 쉼이 있는 정원이다. 나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이곳에 청춘을 묻었고, 그로인해 이제는 행복과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가장 큰 기쁨이다. 앞으로도 나의 모든 에너지를 쉼이 있는 정원에 쏟아부을 예정이니 힘들고 지친 분들이 계신다면 언제든 쉼이 있는 정원에서 안식을 누리기 바란다."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최미향
 
-  충남 제2호 민간정원이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이 서산시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재산이 아닐 수 없다. '쉼이 있는 정원'을 소개해 달라.

"이곳 '쉼이 있는 정원'은 봄부터 철쭉, 연산홍, 꽃잔디, 진달래 등이 피고 가을에는 백일홍, 코스모스, 국화 등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민간정원 2호다. 연중 볼거리로는 천사의 나팔, 사막 선인장 등이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정말 좋다.

요즘은 도시의 삭막함과 과중한 업무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꽤 된다. 이런 분들이 여기를 찾아 꽃도 보고 오솔길도 걸으며 에너지 충전을 해가신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은 마치 사시사철 어머님의 품처럼 포근한 곳이다."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최미향
 
- 고향을 지키며 수도작 농사도 제법 많은 양을 짓고 계시다. 더구나 마을 이장 일을 하면서 주민들의 어려운 일도 많이 해결해 주었다는데.

"함께 극복했다는 말이 맞다. 그러기에 고향에 대한 애착심과 자연이 주는 고마운 순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쉼이 있는 정원' 가장 우선은 주민들이다. 농사일을 마친 주민들과 퇴근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밤에도 휴식할 수 있는 야간 조명등을 달았다. 나아가 힐링이 필요한 모든 분이 부담 없이 찾는 공간이 또 이곳이다.

음악과 어우러지는 연주공간도 마련했다. 한마디로 우리 정원은 삶의 속도를 한 단계 늦추고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살라는 시간 선물인 셈이다. 그러니 편안함을 느끼려는 분들은 하루를 기분 좋게 할애하여 쉼을 누리기 바란다. 쉼이 있는 삶이 복지라는 말도 있지 않나."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튤립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튤립.최미향
  
- 쉼이 있는 정원을 운영해 나가면서 특히 고마운 분들이 있다면?


"고향을 지키는 동생에게 여러가지로 도와주고 힘이 돼 주는 집안 형과 누나들이 참 고맙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같이 이곳을 찾아 주시는 관광객들과 주민들도 빠뜨릴 수 없다. 단체로 방문해 회의하는 모습도 내겐 감사함이다. 또 음으로 양으로 들리는 소리가 있다. 사랑방 같은 이미지가 참 좋다, 우리 지역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꽃동산을 만든 보람을 느낀다.

그 밖에도 차를 마시며 '창문 밖 풍경이 너무 좋다', '운치 있다'는 얘기를 해주실 때면 그냥 웃음이 막 난다.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최미향
 
- 쉼이 있는 정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농촌에서 살면 대부분 풀과의 전쟁을 치를 것이다. 나는 그게 제일 힘들었다. 꽃나무 사이사이에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는 잡초들은 비가 오면 또 왜 그렇게 빨리 온 땅을 점령하는지. 그나마도 때를 놓치면 뿌리가 굵어질 뿐만 아니라 손으로 뽑기도 어지간히 힘들었다.

그사이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잡초가 무성해져서 힘들다. 하지만 또 나중에는 그 비로 인해 땅에 공극이 생겨 뽑아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런 부분은 참 좋기도 하다. 문제는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거다.

풀들은 주인장의 눈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 퍼뜨려버린다. 그러니 미처 땅에 떨어지기 전에 뽑아버려야 뒤탈이 없다. 허리가 아프고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른다. 힘들어서 그렇다.

하지만 방치는 또 금물이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언 땅에 포근한 햇살이 비치는 봄이 오면 다시 초록초록 반갑지 않은 잡초가 생명을 움트고 올라온다. 아, 풀과의 전쟁은 지금 생각해도 두려운 존재다(웃음)."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최미향
 
- 시골에서는 풀과의 전쟁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말을 익히 들었다. 대나무와의 전쟁도 치른 적이 있었다는데.

"20여 년 전, 내 나이 서른 중반에 대기업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고향으로 왔다. 어느날 언덕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대나무밭이 지천이었다. '언젠가는 다 일궈내서 예쁜 꽃밭으로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씩 대나무를 없애 나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대나무와의 전쟁에서 승자가 됐다. 지금에 와서는 (쉼이 있는 정원)엄청나게 큰 짐이 됐지만(웃음).

어쨌든 1만6500m2 이상의 넓은 대지에 대나무가 지천이었던 땅을 개간하고 영산홍과 철쭉류, 화초류 등을 심기 시작했다. 그것이 쉼이 있는 정원의 최초 시작이었다. 농사를 지어가면서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일궈 내려니 땀과 정성이 8할이었다.

이제는 다 큰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정원을 걷다 보면 명품 소나무 숲 사이로 갖은 꽃들과 나무들이 호젓한 숲길을 만들어 답답하던 숨길이 고르게 내셔진다. 앙증맞은 꽃들이 만발한 곳을 지나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듯 아주 특별함을 선물 받는다.

산책로 곳곳에는 음악도 흘러나와 한층 분위가 업그레이드됐다. 전망대에서는 정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파노라마도 연출되어 관광객들의 가슴을 추억으로 담아낸다.
때때로 '만약 대나무를 그대로 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나름의 멋스러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천연색 물감을 흩뿌려 놓은 것 같은 이곳의 풍경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대나무를 없애고 정원을 만들고 나니 다양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노상의 정원과 650㎡ 규모의 온실 속 사계절 열대식물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다."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최미향
  
- 관리가 상당히 잘 되고 있어 놀랍다. 삽목도, 전지도 직접 하시는데 배운 적이 있었는지?

"독학이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처음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일을 시작했다. 농가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하는 것이 대부분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나는 문득 '뭔가 미래를 준비하고 차별화를 생각하여 색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 다닐 무렵 나무 쪽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선배님이 계셨다. 그분은 분재나 그 밖의 여러 가지 나무들 얘기를 곧잘 해주었다. 그게 또 그렇게 재미가 있었고 솔깃하기도 했다. 내 자랑 같지만, 눈썰미가 좀 있다. 그때부터 의문 사항이 있으면 '삽목과 책'이란 전문서적을 구입하여 공부해 나갔다. 막상 해보니 별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시도를 했다. 당시 관공서에 피어난 연산홍을 보게 됐는데 엄청나게 탐이 났다. 20년 전만 해도 그리 흔한 꽃이 아닌 연산홍을 삽목하기란 쉽지 않았다. 새벽녘 버스를 타고 음암면 방앗간 앞으로, 또 공원묘지에 전지하고 떨어진 가지를 주우러 다녔다. 그걸 들고 와 시험 삼아 삽목을 직접 해나갔다. 무럭무럭 자라준 게 지금까지도 기특하다."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최미향
  
- 현재 '충청남도 민간정원 2호'로 모월2리 '쉼이 있는 정원'이 지정됐다. 어릴 때부터 꽃이 좋았는지 궁금하다. 또 현재 교회 장로님이시고 마을 이장 일을 맡아서 하신다. 하는 일도 많을 텐데 운영하는 것에는 부담이 없는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학창시절 아버지께서는 예쁜 꽃을 좋아하는 나를 보며 '사내 녀석이 뭔 꽃을 좋아하냐'라며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다.

그랬던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 당뇨병으로 5년 고생한 뒤 돌아가셨다. 우리 3남매는 고스란히 어머니 몫이었다. 빨리 돈을 벌어 어머니 손을 덜어 드리고 싶어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했다. 그리고 적절한 나이에 부모님이 터를 잡아놓은 이곳으로 내려와 꽃나무를 심었다.

사실 나는 항상 바쁘다. 그리고 뭘 맡고 있는 것들도 제법 된다. 내 생각은 그렇다. '뭘 하더라도 기왕에 해야 할 거면 빨리하자'는 게 내 마인드다. 지금도 농사를 짓고, 정원 일을 하면서 외부 업무를 본다. 그런데 젊었을 때는 젊은 대로 했지만, 이제는 힘에 붙이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다(웃음).

성격 자체도 듬성듬성한 스타일이 아닌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정원은 하루하루가 일이다. 끝이 없다. 풀을 뽑고, 물을 주고,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을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하지만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자꾸 일이 밀린다는 생각이 들어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몇 번 방송을 타고 나니 서울 경기권에서도 여행객이 제법 내려온다. 기분은 좋지만 일손이 늘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늘 딜레마에 빠진다."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최미향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입장료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집사람도 절대 반대한다. 하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전지뿐만 아니라 잔디가 있으니 잡초제거가 늘 골칫거리다. 시청도 몇 번 쫓아가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민간정원 1호가 천안에 있는 화수목이다. 우리가 충남 민간정원 2호다. 서산에는 처음이다. 민간정원은 일반에 공개하고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 또 기반시설이나 우량 수종같은 것에 대해서 지원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처음 의도대로 쉼과 힐링, 그리고 치유의 정원이다. 많은 사람에게 선물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실제로 전라도 쪽에서는 민간정원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참 부럽다.

민간정원을 개방하는 것은 공공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 확장된 공공장소에서 시간 구애 없이 별도의 비용 없이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쉼이 있는 정원이다. 많은 시민이 달려와 힐링하고 치유를 받는 곳이다.

바람이 있다면 직접적인 관련 부처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편안한 쉼을 오래도록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많은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 .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쉼이 있는 정원'?.최미향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서산시인지면모월리 #쉼이있는정원 #충남제2호민간정원 #서학동이장 #치유와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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