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옥헌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규모의 정자다. 정자의 한가운데에 방이 위치하고 그 주위에 ㅁ자 마루를 놓은 형태로 호남 지방 정자의 전형이다. 방이 있는 정자에서는 별서의 주인이 항상 머무를 수 있고, 공부를 하거나 자손들을 교육할 수도 있다.
김숙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400미터 정도를 걷는다. 눈앞에 붉게 물든 연못이 나타나자
예전처럼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온다. 연못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의 둑방길을 따라 배롱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못 한가운데 있는 섬 안에도 배롱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그야말로 배롱나무는 이 원림을 온통 뒤덮고 있다. 못에 비친 배롱꽃의 반영도 아름답기만 하다. 명옥헌의 배롱나무는 모두 수령이 오래되었기에 더 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명옥헌 마루 끝에 살짝 앉아본다. 정자 한쪽에 삼고(三顧, 세번 돌아봄)라고 쓴 편액이 걸려있다. 유비가 제갈공명의 초가를 세 번이나 찾았듯이 능양군(인조)이 반정 직전에 세상을 돌며 뜻을 함께 할 사람을 찾던 중 만난 선비가 오희도였으며,인조가 오희도를 세 번 찾아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글이다. 오이정의 아들 오기석(吳祺錫)은 송시열의 제자가 되었다. 오희도 가문과 인연을 맺은 우암 송시열(宋時烈)은 그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1673년 이곳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