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을 먹고 나면 뒷정리에 분리배출까지 성가신 일이 너무 많다.
이준수
외식비는 부담스럽고, 배달음식은 싫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해결책은 의외의 순간에 찾아왔다. 제이슨 히켈의 <적을수록 풍요롭다>를 읽던 중 연필로 세 번 밑줄을 긋게 된 내용이 있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 전체의 3분의 1, 그러니까 20억 톤가량이 매년 버려진다는 것이다.
나는 그간 식사 후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먹을 만큼 음식을 만들고, 내 접시에 받은 음식은 가급적 모두 먹었다. 그러나 식품 폐기는 단순히 '잔반 비우기'로 해결될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식량의 공급 사슬 전체에 걸쳐 일어나는 구조적인 일이었다.
고소득 국가들에서는 외관상 예쁘지 않은 채소를 버리는 농민들, 불필요하게 엄격한 유통기한을 적용하는 슈퍼마켓들, 공격적인 광고, 벌크 할인, 원 플러스 원 방식 때문에 일어난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287쪽)
충격을 받은 나는 식품 폐기 문제를 자세히 알아보려 다른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2022년 3월 10일 KBS2 채널에서 방영된 <먹다 버릴 지구는 없다>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방영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유튜브 '환경스페셜' 채널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다. 방송 내용이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으나, 내 눈에 한 장면이 벼락처럼 꽂혔다.
대형 마트의 마감 세일 상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식품 폐기를 줄일 수 있었다. 내게 그 장면은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 일석이조의 아이디어였다. 방송에 나온 대형 마트 관계자는 폐점 시간이 임박해서 적용하던 마감 세일의 시간을 앞당김으로써 식품 폐기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는 가끔 마감 세일 코너를 지나치면서도 왠지 품질이나 맛이 우려되어 선뜻 손을 뻗지 않았다. 먹어도 괜찮은 음식이니까 판매를 하겠지만 심리적으로 저항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마치 내가 덤스터 다이빙(쓰레기통에 버려진 재고 음식, 물건 등을 취득하는 행위)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왠지 비위생적일 것 같고, 맛도 별로 일 것 같은 편견을 쉽사리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많은 탓인지 방송에서는 마감 세일 상품의 안정성을 적극 강조했다. 모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전문가는 '생산 일자가 짧은 제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제품의 품질, 맛,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시청자를 고려했는지,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과 냄새만으로 유통기한의 남은 날짜를 추측하는 실험까지 보여주었다.
2만 원대 문어 해물탕이 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