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의 그날이 내 생전에 오기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 회장 부음에 부치는 글

등록 2022.08.23 14:05수정 2022.08.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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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 회장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김자동 회장 ⓒ 박도

 
오늘(23일)은 그동안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마침내 물러난다는 처서 절기다. 이 아침, 나라의 큰 어른이 별세했다는 부음을 접했다.

김자동 선생은 광복 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오셨던 분이시다. 선생은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 선생의 손자요, 김의한 선생과 독립운동가 정정화 여사의 아드님이셨다.

해방 후 중국에서 귀국하신 이후 조선일보, 민족일보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신 언론인으로, 오늘의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에 초석이 되신, 나라의 큰 어른이시다. 

기자는 김자동 선생님과 이런저런 연이 닿아 2019년 3월 11일부터 그해 4월 7일까지 연 6회에 걸쳐 김자동 선생을 인터뷰한 바 있다. (관련기사: 임시정부 살림꾼의 고민 "돈 필요할 때마다..." http://omn.kr/1hj5w)
  
a  독립운동가 어머니 정정화 여사 품에 안긴 김자동 선생

독립운동가 어머니 정정화 여사 품에 안긴 김자동 선생 ⓒ 김자동

 
그때 대담 마지막 장면을 추모사를 대신하여 전제하면서 함께 소장하고 있는 몇 점 사진도 이 기사에 첨부한다.
-중국에서 귀국한 뒤의 이야기를 간략히 들려주십시오.

"일제 패망 이듬해인 1946년 5월 15일 부산항을 통해 우리 가족이 입국했어요. 나는 보성중학교 4학년에 편입해 다니다가 졸업 후 서울대학교 법학과로 진학했습니다. 대학 재학 중, 한국전쟁이 발발했지요. 사흘 만에 인공 세상으로 우리 가족은 피란치 못하고 서울에서 지내다가 1950년 8월 초에 의용군에 소집됐어요. 일신초등학교에 집결했는데, 그때 아버지가 오셔서 만났습니다.

그날이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모습이 될 줄은 몰랐지요.나는 인민군 의용군으로 입대 후, 서울 시흥에서 걸어서 그해 9월 초에 해주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귀향코자 결핵 꾀병을 부리다가 진짜로 이질에 걸렸습니다. 해주에서 요양 치료를 받다가 그해 9월 15일 귀향증을 받아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해 9월 19일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나를 껴안고 한참 우셨습니다. 내가 귀가하기 하루 전날 아버지가 집으로 찾아온 청년들을 따라 나가신 뒤 소식이 없다고 말씀하시대요. 아버지가 북으로 가신 지 56년 만인 2006년 우리 가족들은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들고 평양 용궁동에 있는 재북인사 묘역에 있는 아버지 묘소를 참배했습니다. 그때 나는 현충원 어머니 묘에서 파온 흙을 아버지 묘소에 뿌려드렸지요. 두 분은 사후에 그렇게 해후하셨습니다."

- 대담 마지막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고, 통일의 그날이 내 생전에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날 김 회장은 거동이 불편해 의자에 앉은 채, 내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나도 답례로 선생에게 손을 흔들면서 종로구 도렴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실을 벗어났다.
 
a  아버지 김의한 선생, 어머니 정정화 여사와 김자동

아버지 김의한 선생, 어머니 정정화 여사와 김자동 ⓒ 김자동

 
김자동 선생님! 선생님이 학수고대하시던 통일의 그날은 여태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하늘 나라에서 그날이 오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 

삼가 김자동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김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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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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