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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중함을 '우크라 난민' 통해 되새긴다"

[인터뷰] 우크라 난민과 함께 사는 영국인 피파씨

등록 2022.08.26 10:27수정 2022.08.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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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현재까지 약 1200만 명의 우크라이나 피난민이 생긴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28일까지 이들 중 약 14만2500명에게 난민 비자를 발급해주었다.

그 중 9만5400여 명은 현재 영국에 피난민으로 입국해 살고 있다(7월 21일 기준). 영국인구가 6700만 명 정도이니 영국인구 1천 명 당 현재 약 1.4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영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인구는 약 2만5천 명으로, 한국으로 치면 하나의 '읍' 정도에 해당 할 것이다. 이 마을에도 총 228명 우크라 난민들이 살고 있다.

기자의 지인 중에도 자기 집에 우크라이나 난민을 초청해서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 중 한 명인 피파씨에게 요즘 그가 우크라 난민들과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다음은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25일까지 기자의 이웃인 피파씨와 수차례 만나면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에 응해준 피파(좌)와 마리아(우)
인터뷰에 응해준 피파(좌)와 마리아(우)피파

- 먼저 본인과 가족에 대해 소개 좀 부탁한다.

"내 이름은 피파이며 결혼생활 46년차다. 독립해 가정을 꾸린 자녀가 둘 있고 손주는 셋이 있다. 남편과 나는 오래전에 은퇴했고 나는 프랑스어 교사였다. 요즘은 우리 마을 노약자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며 지낸다."

- 어떤 사연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을 집에 받아들이게 됐나.


"은퇴 후 우리부부는 오래 동안 전 세계의 난민들을 후원하고 도와주는 자원봉사를 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우리부부는 시리아 난민들을 지원하고 영국으로 초대해 결국 우리 마을에 정착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아프카니스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을 때 우리부부는 아프카니스탄의 난민을 후원하고 영국으로 초대해 우리 마을에 살 수 있도록 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영국정부에서 허락하지 않아서 결국 할 수 없었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우리부부는 지인의 도움으로 난민 한분을 우리 집에 초대 할 수 있게 되었다."

- 현재 집에 머무르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어떤 분인지? 나이와 직업은, 이 분이 댁에는 언제,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성분이다. 마리아는 결혼은 했지만 아직 자녀가 없다. 남편은 우크라 정부의 정책에 따라 국내에 머물러 있어야 해서 마리아와 함께 영국에 올 수 없었다. 마리아는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해서 영어는 못하지만 불어를 잘한다. 그래서 우리부부와는 불어로 이야기한다. 영국에 오기 전에 마리아는 폴란드에 난민으로 있으면서 임시로 보육시설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영국정부에서 발급해 주는 난민비자를 받고 지난 5월 8일 영국으로 입국해 그때부터 우리 집에 살고 있다."

- 구체적으로 이분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마리아가 영어를 못해서 우리부부가 영어를 가르쳐 준다. 또 정부에서 지원하는 무료 영어학원에 등록해 줘서 마리아는 학원에서 영어를 배운다. 그 외에도 영국에 살기 위해 마리아가 은행계좌를 열고 각종 복지수당 받는 법, 병원에 등록하는 법 등, 당장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은 마리아가 취업을 못했지만 영어가 향상되면 취업도 도와 줄 것이다. 우리부부가 최근에 영국국립공원 호수지방으로 휴가를 갔는데 마리아도 동행했다. 또 우리부부가 여행을 가거나 가족, 친구를 방문할 때, 마리아가 동의하면, 우리와 함께 간다. 다음 주 우리부부는 런던으로 놀러 가는데 마리아가 함께 갈 것이다. 마리아는 런던에 처음 가는 것이라 요즘 흥분해 있다!"

- 마리아의 하루, 일주, 한 달 일정은 보통 어떤지 궁금하다.

"마리아는 여름방학으로 그동안 쉬었던 영어학원을 9월부터 다시 다닐 것이다. 또 실업수당을 계속 받기 위해서 고용센터의 주간강좌에 참석해야 한다. 또 우리 마을에 200여 명의 우크라 난민들이 있어서 마리아는 그동안 우크라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그래서 그들을 자주 만난다. 또 마리아는 우리 동네 교회예배도 열심히 참석한다."

-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에서는 어떤 지원과 도움을 주고 있는지?

"먼저 정부에서 난민 1인당 1만 700 파운드(한화 약 1700만 원)를 지원해 준다. 그 외에도 난민들은 영국인들과 똑같은 사회복지혜택(실업수당, 의료비, 아동수당, 교육비 등)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우리 부부는 한 달에 350파운드(약 55만원)를 최대 1년까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또 전화회사 베다폰은 무료로 6개월간 마리아에게 스마트폰 심카드를 제공해 준다. 또 매주 한 번씩 마리아는 무료로 테니스 교습을 받을 수 있고 우리 마을 체육관을 1년간 무료로 다닐 수 있다."

- 이 분이 얼마동안 댁이나 영국에서 머무를 것인가.

"최소 6개월간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마리아만 괜찮다면, 우크라 전쟁이 끝날 때 까지 무료로 우리 집에 머무를 수 있다."

- 난민과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사소한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지만 언급할 것은 못된다. 좋은 점은 마리아가 성격이 발랄하고 친절하며 남을 많이 배려하고 도와준다. 마리아는 우리 집 가사와 정원 가꾸기에 많은 도움을 준다. 마리아를 통해 우리부부는 우크라 풍습, 역사,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운다."

- 이분이 우크라이나에 계신 분들, 영국 혹은 우리 마을에 있는 다른 우크라이나 분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는지?

"마리아는 다행히 우리 마을에서 많은 우크라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또 우크라에 있는 남편 그리고 친지들과는 인터넷으로 거의 매일 통화한다."

- 난민을 댁에 받아들인 후 삶이나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리아를 통해 우크라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매일 접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러면서 나는 가족, 그리고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절감한다. 또 평화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마리아를 통해 되새긴다. 마리아는 내 자녀 그리고 손주들과도 아주 잘 어울려서 너무나 좋다."

기자는 마리아를 잠깐 만날 수 있었다. 타향인 영국에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가족과 생이별하여 매일매일을 타향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라면서 "전쟁 없는 세상이 너무 그립다"라고 말했다.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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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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