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가면'을 벗어라

[주장] 화려한 명성 뒤엔 열악한 노동환경...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등록 2022.08.31 11:45수정 2022.08.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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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

스타벅스 본사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밝힌 것처럼 스타벅스는 하나의 신드롬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 '스세권', '별다방' 등 별칭까지 만들어질 만큼 수많은 시민이 즐겨 소비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이렇게 사랑을 받는 만큼 스타벅스의 직원들 또한 스타벅스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명성과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은 한둘이 아니었다.

스타벅스는 일하는 모든 직원이 정규직 사원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82%가 단시간 노동자였으며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점장 마음대로 정하는 불규칙한 출퇴근 시간으로 스트레스가 굉장히 높았다. 또한 현장의 근무 여력을 신경 쓰지 않는 밀어붙이기 마케팅으로 휴게 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 높은 강도의 노동을 감당해야만 했다. 심지어 제대로 된 휴게 공간도 없어 "대걸레 빠는 싱크대 옆에서 테이블 펴고 밥을 먹는다"라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러한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퇴사자와 함께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류호정 의원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정신질환 진료 노동자 수는 2016년 172명에서 2020년 743명으로 5배가량 증가하였으며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두 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자 또한 2016년 월평균 378명에서 2021년 기준 월평균 545명이 퇴사하는 등 나쁜 일자리, 블랙 기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이러한 노동 환경만큼이나 스타벅스의 취업규칙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옥죄고 있었다. 회사가 허가하지 않은 사내에서의 언론 및 집회 일절 금지로 노동 3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었고, 회사의 허가 없는 겸직금지 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소지품 검사는 행동 자유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복장 통제와 명령 복종 강제, 근로자 동의 없는 휴일 근무 및 비상근무 명령 규정 등 다양한 기본권 침해와 법 위반 소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8월 10일 스타벅스 국회대로점 앞에서 열린 스타벅스 노동착취 규탄 및 노동부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
8월 10일 스타벅스 국회대로점 앞에서 열린 스타벅스 노동착취 규탄 및 노동부 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청년유니온
 
2021년 10월 스타벅스 코리아 매장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본사를 대상으로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트럭시위를 진행했다. 그 계기는 스타벅스 창사 50주년 기념이벤트로 '리유저블 컵'을 고객들에게 나누어주는 이벤트였다. 행사 당일 많은 수의 고객이 몰려들었고, 행사가 마무리된 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불만이 쏟아졌다.

이 흐름이 실제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1999년 처음으로 한국에 입점한 스타벅스 코리아는 창사 22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굉장히 놀란 반응이었다. 송호섭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는 트럭시위가 이루어지자 바로 직원들에게 사과했고, 바리스타 1600명 추가 채용, 임금체계 개선, 바리스타의 근속 및 업무역량 등을 고려한 시급 차등, 현장 의견 소통 강화, 휴게 공간 리뉴얼 등을 약속하였다.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본사가 위와 같이 답을 하자, 트럭시위는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본사의 개선 약속이 현장에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실효성도 없는 약속 가운데 제2의 트럭시위, 제3의 트럭시위가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모두가 환영받을 수 있는 따듯하고 친밀한 문화를 만든다."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인간애에 기반해 파트너와 커피, 고객과 함께하는 가치들을 실행한다."

스타벅스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사명이자 가치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최대주주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묻는다. 스타벅스의 아름다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고 헌법상 기본적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있고, 과도한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까지 이를 기만하고 외면할 것인가. 이제 스타벅스는 위선의 가면을 벗고 실질적인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부에 묻는다. "스타벅스에서 너무나도 명백하고 자명하게 수많은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로감독을 왜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까." 노동부는 직무유기를 멈추고 적극적 시정에 당장 나서야 할 것이다.

청년유니온은 불합리한 노동 탄압에 맞서 저항하였던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스타벅스 직원들이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로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만드는 길에 함께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설 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9,10월호 'YOUTHTORY' 꼭지에도 실렸다.
#스타벅스 #트럭시위 #청년노동 #노동기본권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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