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출처 : 성주인 외(2022), 농산어촌 관계인구 현황과 의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일과 쉼, 여행의 방식
포스트코로나 시대, 변화하는 일과 쉼의 방식 또한 '관계인구' 증가에 한몫할 것으로 보입니다. 팬데믹 시기 전 세대가 다양한 온라인 환경을 경험했고, 원격근무와 온라인 교육‧회의의 효용을 톡톡히 실감했습니다.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탁 트인 자연에서 일하며 휴식을 취하고픈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일과 여가의 경계를 뚜렷이 구분해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대신 출장 겸 휴가를 가는 '블레저'(Business+Leisure), 일과 여가를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은 팬데믹 초기 패쇄령이 내려진 유럽에서 원격근로가 가능한 근로자들이 비좁은 아파트 대신 여행지의 숙박업소를 이용하면서 유행하게 됐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형태로 바라보고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매주 직원 10명을 추첨해 강원도 춘천이나 일본 도쿄에서 최대 4박5일간 워케이션을 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라인플러스는 시차 4시간 이내 해외에서 최대 90일간의 워케이션이 허용됩니다. 당근마켓은 팀원 3명 이상이 제주, 강원 등지에서 함께 일하면 숙박과 교통, 식비를 제공합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밖에 여러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을 사례로 들며 "IT플랫폼기업과 신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제도 도입이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관계인구' 확보 나선 지방정부들
인구감소로 골치를 앓고 있는 지방정부들은 '관계인구' 확보에 나섰습니다. 경상북도는 지방소멸 위기에 맞설 생존전략으로 '듀얼라이프'를 꺼내들었습니다. '듀얼라이프'는 특정 지역에 거점을 마련해 중장기적, 정기적, 반복적으로 순환 거주하는 '두 지역 살기'를 뜻합니다. 주중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농어촌에서 휴식을 취하는 식의 '5도2촌'은 물론 일 년, 한 달, 한 주 살아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을 체험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 경북도의 전략입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고향사랑기부금제도'는 본격적인 관계인구 시대를 열 기폭제로 보입니다. 고향사랑기부금제도는 국내 모든 지자체가 다른 지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500만 원의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지방정부는 기부자들에게는 기부액의 최대 15%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고, 모인 기부금은 각 지방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입니다.
기부자의 입장에선 지역의 문제해결을 위한 '가치투자'를 통해 해당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셈입니다. 답례품으로 축제나 역사·문화, 일거리 등의 체험권으로 제공한다면, 기부자가 지역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 지방정부들의 고향사랑기부금제도 추진 현황을 연구해온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의 박지호 연구원은 <희망이슈 :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따른 행정의 대응방안 제안>(희망이슈 보러가기) 보고서에서 "어떤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할지 정하거나 지역을 홍보하는 것보다 지역의 미래(비전)와 연결 가능한 지리적 자원과 역사·문화 자원, 무엇보다 인적자원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특별하고 값비싼 답례품이 아니라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강점과 매력이 지속적이고 유의미한 관계인구 확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