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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효과' 그 후, 돌고래를 위해 해야 할 일

수족관 감금 끝내고 돌고래가 돌아갈 바다를 그리며

등록 2022.09.02 16:38수정 2022.09.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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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제주 퍼시픽랜드에서의 감금 생활을 끝내고 17년 만에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2021.05.26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_서동욱 남구청장은 울산 돌고래 방류 즉각 결단하라
2021.05.26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_서동욱 남구청장은 울산 돌고래 방류 즉각 결단하라시셰퍼드코리아

"그만 죽여라" 피켓을 들고 작년 3월 울산과 올해 2월 제주에 오가며 돌고래 방류를 외쳤던 날을 떠올렸다. 지독히 좁은 곳에서 고통받으며 죽어간 다른 돌고래들도 비봉이처럼 좁은 수족관이 아닌 친구들이 기다리는 넓은 바다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지 않았을까?

돌고래는 인간들의 유희와 생태교육을 위한 명목으로 쇼에 동원되며 좁은 수조에 갇혀 평균 수명(40년)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매년 죽어 나갔다(국내 수족관에서 매년 평균 4~5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다. 최근 2019년 4마리, 2020년과 2021년 각 5마리가 수족관에서 죽었다).
 
 2021.05.07 범국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_제주 마린파크 마지막 생존 돌고래 화순이를 구출하자
2021.05.07 범국민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_제주 마린파크 마지막 생존 돌고래 화순이를 구출하자시셰퍼드코리아
 
잠금해제, 이제는 감금해제에서 감금종료로

"나는 오늘부터 돌고래를 전시하는 수족관에 가지 않겠습니다". 2020년 시셰퍼드 코리아에서 시민들에게 아쿠아리움 보이콧 다짐을 받아내는 돌고래 방류 캠페인 '잠금해제(Unlock)'를 진행했다. 해당 캠페인을 통해 돌고래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착취한 전국 각지의 수족관과 생태체험관의 행태를 고발하고, 시민들이 아쿠아리움 불매운동에 동참하도록 했다.

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아쿠아리움 보이콧을 약속하며 굳은 다짐을 보여주었다. 해당 캠페인과 시민들의 인식 조사에서 수족관으로 돌고래를 보러 가는 일이 반생태적이고 비정상적인 일임을 인식하고 거부하는 시민이 많음이 확인됐다. 캠페인을 시작으로 많은 동물권 단체에서 돌고래 체험을 중단하고 바다로 돌려보낼 것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촉구해왔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에서는 귀와 입을 닫고 돌고래 체험 전시를 이어갔으며, 매해 4~5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다. 그리고 올해 비봉, 아랑, 태지 세 마리의 돌고래 방류를 약속한 제주 퍼시픽 리솜은 4월 아랑과 태지를 거제씨월드로 불법 반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아쿠아리움 보이콧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고래가 감금 시설에서 벗어나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시를 당장 중단하고, 모두 바다로 건강하게 돌아갈 방법을 하루 빨리 논의해야 한다.
 
 시셰퍼드코리아 잠금해제 캠페인
시셰퍼드코리아 잠금해제 캠페인시셰퍼드코리아

야생 방류, 그 이후?

2013년 제돌이를 시작으로 수족관에 있던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야생으로 돌아갔다. 현재까지 국내 야생 방류 현황을 보면 몇몇 추적이 어려운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무리에 합류해 성공적으로 자연에 적응한 사례가 있다. 선례를 경험 삼아 갇혀 있는 모든 돌고래와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야생 방류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국내 수족관 돌고래 현황
국내 수족관 돌고래 현황환경운동연합
 
첫째, 감금된 모든 고래류를 단계적으로 방류해야 한다. 현재 수족관과 생태 체험관에 갇혀 있는 돌고래는 16마리, 벨루가 5마리로 총 21마리가 남아있다. 당장 돌고래 전시를 중단하고, 현재 남아있는 고래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고래들이 자연으로 가기 전 머물 바다쉼터(생추어리)를 확보하고, 바다쉼터 적응기 동안 야생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을 보강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롯데 아쿠아리움에서 벨루가 '루비'를 방류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있는 노르웨이 벨루가 보호지역에서 국내에 있는 벨루가들을 보내달라는 적극적인 요청이 있음에도 현재 국내 관계 시설에서는 묵묵부답인 상태이다. 그들이 살던 원서식지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돌고래들이 바다쉼터로 간 이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바다쉼터에서 야생으로 방류되기까지 그리고 방류 후에도 안전하게 잘 적응하고 있는지 추적 관찰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 선례를 따라 다른 돌고래들의 방류도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감금시설이었던 기관들은 올바른 생태 지식을 교육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둘째, 수족관보다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고래들의 원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 비봉이가 서식할 제주도 바다는 해상 풍력발전과 관광을 목적으로 한 개발사업에 위협받고 있으며,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와 해양쓰레기가 고래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또 소리에 민감한 돌고래들을 위해 관광선이 그들 가까이에 접근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고래들의 서식지와 그 주변일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안전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한다. 사사로운 이익이나 일방적이고 모순된 관심을 내려 두고, 다른 방식으로 친밀감을 쌓을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시셰퍼드 코리아 부고알림 SNS콘텐츠 중 일부
시셰퍼드 코리아 부고알림 SNS콘텐츠 중 일부시셰퍼드코리아
 
셋째, 해양포유류의 혼획을 막고, 보호하기 위해 해양포유류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올해 국내 바다에서 2분기(2022년 4월~6월)동안 289마리의 돌고래가 사망했고 그 중 혼획으로 생을 마감한 고래수가 128건에 이른다. 비봉이 또한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 포획돼 제주 퍼시픽리솜에 갇혀 있었으며, 이렇게 국내 수족관의 돌고래 대부분이 국내 바다에서 혼획에 의해 포획되었거나 일본 다이지와 러시아에서 납치되어 들어왔다. 혼획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돌고래 방류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큰돌고래와 벨루가는 우리나라 해양보호생물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가 혼획되어 위판되거나 폐기되는 일이 없도록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해양 생태계에서 고래의 존재 이유는 매우 강력하다. 상위 포식자인 고래 개체가 감소하면 바다 전체 생태계가 무너진다. 바다 해양보호생물의 범위를 확대하고, 위판되거나 혼획의 위협에서 지켜내기 위해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노르웨이 최북단 함메르페스트 인근 피오르에 마련된 벨루가 자연보호구역(바다쉼터)모습
노르웨이 최북단 함메르페스트 인근 피오르에 마련된 벨루가 자연보호구역(바다쉼터)모습핫핑크돌핀스

남은 돌고래와 벨루가 모두 살아서 바다로

우영우 효과 덕분일까? 비봉이 방류 결정 후 해양수산부에서는 수족관에 남아있는 21마리의 고래를 모두 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우영우 효과의 나쁜 예도 있다. 우영우 효과를 빌려 고래를 보호 대상이 아닌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울산 남구청장의 소식이 알려졌다. 매년 많은 돌고래가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묵묵부답이었던 정부 지자체에서 보는 눈이 많으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약속이 잘 이행되는지 지켜보고 우영우 효과가 사라져도 고래들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렇게 지켜보고 소리내는 사람이 없다면 앞서 방류된 돌고래들과 비봉이의 안전, 수족관에 갇혀 있는 남은 돌고래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다. 이로써 시민들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그동안 너무 많은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쳐왔다. 더 많은 돌고래를 잃기 전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과제를 하나씩 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은 바다'라는 이 당연한 이야기가 통용되는 사회가 될 수 있게 공통의 감수성을 키우고, 수조에서 가짜 웃음을 짓는 돌고래 대신 원래 그들의 고향에서 무리와 어울리며 생명력을 뿜어내는 진짜 모습을 그려야 한다. 더 나아가 관심의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영우가 말했던 '바다에서 사는 돌고래'의 모습을 계속 보기 위해서 앞서 말한 대로 서식지에 대한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

수족관에서 매년 4~5마리의 고래들이 죽어가지만 이제는 자연에서도 고래의 안전이 보장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고래를 수족관에 가두고 쇼에 동원한 일이 폭력에 가까웠다면, 무자비한 상업어업방식으로 인해 죽이는 일은 학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영우 효과로 시작된 고래에 대한 관심의 씨앗이 사그라들기 전에 수족관의 삶에서 벗어난 돌고래들이 무사히 살아나와 살아갈 해양 생태계의 모순을 바로잡아 나가야한다. 

모든 고래를 바다로! 모든 고래에게 자유를! 
#시셰퍼드코리아 #잠금해제 # 수족관돌고래 #돌고래쇼 #돌고래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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