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공설시장 상인회
월간 옥이네
지난 2월 28일 옥천공설시장상인회 정기총회를 통해 7명의 임원진이 선출·구성됐다. ▲이순옥 회장(요고밸리) ▲박진설 부회장(수산물싸다구) ▲박은경 총무(은경이네) ▲하충오 이사(남부상회) ▲김정희 이사(죽의여왕) ▲김재희 감사(행복한찹쌀꽈배기) ▲이해영 감사(옥천D/C백화점)다.
"시장에 오래 있던 점포와 새로 들어온 점포가 적절히 섞여 임원진이 구성된 점이 좋아요. 연령층도 골고루고요. 모이면 다양한 의견이 오가죠. 임기 초반이기도 하고 새로 입점한 분들이 많아서 의욕이 넘쳐요. 자주 모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앞으로 변화할 시장의 모습이 기대돼요." (김정희 이사)
시장에 관해 속속들이 꿰고 있는 것이 시장에서 오래 장사해온 임원의 강점이라면, 비교적 최근 입점한 임원의 강점은 공설시장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과 날쌘 추진력이다. 오랜 경험에 비추어 "시장을 찾는 주 연령층이 50~70대인 만큼 다양한 연령의 주민과 소통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안하면, 온라인·모바일 환경에 밝은 임원이 공설시장 소식을 알리는 네이버 밴드 등을 개설하는 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객과 시장의 소통이 중요한 만큼 시장 소식에 어두운 상인이 없도록 하는 것 역시 이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 두 세대의 강점이 합쳐져 시장에는 새로운 활력이 불고 있다.
"최근에 시장 내부 실내조명을 교체했는데, 공사 일정 조율이나 공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무실이나 시장 입구 등 그게 어디든 자연스럽게 모여 시장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고 그려보죠. 홍보, 각종 지원사업, 입점 희망 품목 등 주제도 자유로운 편이고요." (이순옥 회장)
상인회 임원 정기회의는 2개월에 한 번 진행되지만, 작은 문제라도 발생하면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문제를 공유한다. 특히 손님들이 불편을 겪는 시설이나 안전 문제 등의 민원은 빠르게 인지하고 해결법을 논의하려 한다.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다든가, 불이 나갔다든가 하는 작은 민원도 결국엔 시장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미지는 곧 접근성과 다름 없죠. 시장에 먹거리 점포가 있으니, 위생이나 청결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타격이 있을 테고요. 작은 민원이라도 다시 생각해보려고 해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손님에게 필요한 게 뭔지 차근차근 알아가야지요." (이해영 감사)
사람 냄새 지워지지 않는 변화 꿈꿉니다
"대전에서 횟집을 운영하다가 고향인 옥천에 돌아와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낙후됐다는 것이 솔직한 첫인상이었어요. 심지어 옥천 사람이면서도 공설시장을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반면 6개월 정도 장사를 해보니 이렇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진설 부회장)
들깨 냄새와 물건 파는 소리, 튀밥 튀기는 소리와 색색의 좌판이 뒤섞인 풍성한 볼거리. 흔히 시장하면 떠오르는 풍경일 테다. 박 부회장은 이같은 "현대인의 삶에서 점차 잊혀 가는 '시장스러움'이 활성화의 씨앗"이라 여긴다. 공설시장이 지역민에게마저 낯선 공간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쉽지만,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새롭게 알릴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
"분명 아쉬운 점이 있지요.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상인들이 단단하게 뭉치고 소통하면서요. 그 역할을 저희가 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박진설 부회장)
실제로 박 부회장은 입점 이후 시장을 알리는 현수막을 지역 게시대 곳곳에 내걸기도 했다. 현수막을 보고 시장을 찾는 방문객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홍보 효과를 경험해보니, 지역 내외부에 시장의 존재를 알릴수록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오리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다른 지역을 방문하면 시장에 가보곤 해요. 지역의 특색을 한눈에 볼 수 있기도 하고, 유명한 지역 먹거리가 와글와글 모여있기도 하고요. 우리 시장도 이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생각하고 노력해야죠." (박은경 총무)
박은경 총무는 시장은 지역 문화·관광의 중심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활성화를 위한 지역의 관심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옥천군은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상인회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상인들은 협력하며 내부적인 힘을 기르면서도 스스로 점포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야 하고요. 무엇이 우선인지를 따지기 보다 두 가지가 서로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인들이 자신의 점포를 관리하고 특별하게 가꿀수록 사람들이 찾아올 테고, 그렇게 되면 필요한 것을 요구할 힘도 생기지 않을까요?" (김재희 이사)
이들의 희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1월 공설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설개선 사업이 마무리되며 기존 노점 자리에 10개 점포가 만들어졌다. 새롭게 들어선 점포에 꽈배기(행복한찹쌀꽈배기), 카페(은경이네), 반찬 가게(늘찬)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 고객층도 덩달아 유입되는 추세다.
"점포가 기존 품목과 겹치지 않고, 젊은 층을 겨냥하면서 방문하는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시설이 깔끔해지고,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방문객도 늘어나기 시작했죠. 아직 몇몇 공실이 남아있는데, 앞으로 입점할 점포들이 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순옥 회장)
의미 있는 지역 활동 이어지는 공간되기를
"옛날에 시장은 늘 손님으로 북적이던 곳이었죠. 그야말로 지역 경제 활동의 중심이자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었던 거예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죠. 그저 손님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곳으로 변해가야죠." (이해영 감사)
이해영 감사는 공동 배송서비스·청년몰·도시재생사업과 같은 다른 지역의 좋은 사례를 찾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시장의 활성화를 불러올 것이라 전망한다.
박진설 부회장은 상인과 주민, 행정이 한데 모여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긴밀한 대화를 나눌 간담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새로운 군정과 의회가 꾸려졌으니 손님과 상인, 담당 공무원과 군수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통해 시장 활성화에 관해 깊이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군에서 들인 예산에 비해 시장이 크게 변화한 것이 없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보면 좋겠지요." (박진설 부회장)
박은경 총무는 시장이 그저 필요한 물건만 사고 돌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놀이터이자 소통의 장으로, 청소년 배움터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공설시장의 장점 중 하나는 저렴한 임대료이자, 주민의 공간이라는 점이지요. 장사나 사업에 관심이 있는 지역 청소년이 자립의 기반을 다지며, 지역 경제 흐름도 배우는 체험 공간이 되면 좋지 않을까요." (박은경 총무)
현재 상인회 사무실과 연결되는 4층 회의실에서 요리 교실을 운영해보자는 박은경 총무의 의견도 인상깊다.
"1층 시장에서 구매한 제철 농산물로 요리 교실을 운영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1층 채소 상회 중에는 직접 농사를 지어 물건을 내놓는 소농 상인들도 있고, 먹거리 점포를 운영하는 베테랑 요리사도 있으니까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다는 취지도 좋고, 공설시장 활성화도 할 수 있는 재밌는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박은경 총무)
마지막으로 이순옥 회장은 "이 같은 상인들의 의견을 흘려보내지 않고, 각종 사업과 연계해 진행할 방안을 모색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필요한 것을 당당히 요구할 힘을 기르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월간옥이네 통권 62호(2022년 8월호)
글‧사진 서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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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휴지까지 민원 접수... 시장에 사람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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