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낌따이촌 대량 학살지 표지판베트남 뀌년시 낌따이촌 대량 학살지를 가리키는 표지판.
김성호
베트남과 한국은 떼어놓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 사실 세계에서 한국과 가장 닮은 나라를 꼽으라고 하면 저는 베트남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겁니다. 고대 한나라부터 수나라, 당나라, 명나라, 청나라를 거친 중국의 영향권 아래 한반도와 베트남은 비슷한 역사적 행로를 걸어왔습니다. 한나라가 한반도에 네 개의 군을 설치했던 시기 베트남엔 9개의 한군현이 있었고, 수나라 문제와 양제가 고구려를 침공했던 시기엔 베트남 역시 수나라의 침공을 당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거듭된 침략을 당했고 또 그로부터 다양한 문물을 접한 역사는 한반도와 베트남이 유사합니다. 불교와 유교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문화와 융합해 사회체제를 뒷받침하는 지배이념으로 발전시킨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독교의 전래 이후 체제를 위협하는 종교와의 전쟁을 벌였고 서구열강의 침탈에 고통 받은 것도 그렇습니다.
조선의 관료들이 중국에 사신으로 가면 사정이 비슷한 베트남 사신을 만나 필담을 나누는 광경도 흔했습니다.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한반도의 역사는 우리에게 월나라쯤으로 알려진 그들의 역사와 유사하며 동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베트남과 한국의 현대사는 차마 정면으로 바라보기 고통스러운 기록입니다. 특히 2차 인도차이나 전쟁에 참전하기를 자청한 한국이 그들의 현대사와 만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낡은 관점에서야 자유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전쟁이라고 가르쳤다지만 '통킹만 사건'의 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참한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우니 말입니다.
개중에서도 특히 괴로운 것은 한국군에 의해 이뤄진 전쟁범죄행위를 목도할 때입니다. 베트남 현지엔 여러 증오비가 서 있는데, 개중 일부는 한국군을 향한 것입니다. 베트남 중부 도시 뀌년에도 그런 비가 여럿 있습니다. 국군 맹호부대가 상륙한 이 지역 곳곳에서 한국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 피해가 있었습니다. 1966년 낌따이촌과 떠이빈사 고자이마을, 쯔엉탄마을 등지가 대표적인 피해지로 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