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접촉 무증상자들도 신속항원검사 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사진은 지난 8월 1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시민.
연합뉴스
건강보험료는 국민만 내는 게 아니다. 직장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7%)의 절반은 사업주가 낸다. 별도의 국고지원도 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을 부담하는 주체별 비중은 대략 국민:기업:국가 = 55:30:15 정도쯤 된다. 실제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전체 재정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민은 건강보험 재정의 절반쯤만 부담하지만, 그 혜택은 전부 국민에게 돌아온다.
건강보험공단이 자체 조사하는 세대기준 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비를 보면, 평균 1.88배(2018년 기준)라 한다. 1만 원 정도 내고 2만 원 가까이 혜택을 보는 셈이다. 남는 장사다. 또 건강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해서 내므로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 부담대비 돌아오는 혜택이 크다. 하위 20%는 5.5배로 혜택이 아주 크다. 심지어 상위 소득계층도 혜택을 누린다. 상위 20%도 평균 1.2배 정도로 낸 보험료보다 돌아오는 혜택이 더 크다. 사업주부담과 국고지원의 효과가 이렇듯 크다.
이제 이 정도면 건강보험료가 아까운 정도가 아니라, 건강보험료를 좀 더 내는 것이 이득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다. 낸 보험료보다 더 큰 혜택으로 돌아오니, 더 내고 더 높은 보장을 누리는 것이 이득이란 걸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건강보험료의 보장률은 65% 수준에 불과하다. 병원비의 65%는 건강보험이 급여해주지만, 35%는 환자가 부담한다. 큰 병이라도 생기면 여전히 수천만 원의 병원비가 발생한다.
건강보험 인상은 오히려 이득
만일 건강보험료를 더 올려 보장률을 80%로 올린다고 해보자. 큰 병의 보장률은 90% 이상으로 높이고, 경증의 보장률은 현행 70% 정도로 유지한다고 하자. 그래서 평균 80%라 하자. 그러면 큰 병에 걸려도 병원비 걱정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이론적으로 현행 보장률을 65%를 80%로 올리려면, 현행 건강보험료를 24%쯤 올리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보험의 구조상 국민이 올리면 사업주 부담도 그만큼 오르고 국가 지원도 그만큼 오른다. 그래서, 실제 보장률 80%로 올리는 데 필요한 재원의 55% 정도만 국민이 건강보험료로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확실히 이득이다.
더구나,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되면 보너스가 또 있다. 서구 유럽의 국가들을 보면,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평균 80% 정도 유지하면 사실상 실손보험과 같은 민간보험은 필요 없게 된다. 건강보험만으로 병원비 걱정없이 해결할 수 있으므로, 한 달에 수만 원에서 십수만 원에 이르는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다.
실손보험료은 건강보험과 달리 사업주가, 국가가 보태주지도 않는다. 과거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이 벌였던 주장이 딱 그것이었다. 건강보험 하나로가 건강보험료 인상을 지렛대로 사업주와 국고지원도 늘림으로써 건강보험 보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값비싼 민간의료보험 지출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보험료가 올라도 보장성 확대가 더딘 이유
이젠 건강보험료에 대한 의문이 많이 풀렸다. 그래도 아직 남는 게 있다. 지금까지 건강보험료는 계속 인상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는 정체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10년 전 건강보험료율은 5.8%였고, 당시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였다. 올해는 건강보험료율은 6.99%였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2020년)로 찔끔 올랐을 뿐이다. 이유가 뭘까? 여기에는 통제불가능한 요인과 통제가능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통제불가능한 요인이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대표적이다. 인구가 늘지 않더라도, 인구집단의 소득이 늘지 않더라도, 인구중 의료비 지출이 많은 노인인구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료비가 증가한다. 한국사회는 소득이 늘지 않아도, 건강보험료는 조금씩 증가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나라가 됐다. 그래서, 그동안 꾸준히 건강보험료는 인상했고 건강보험 보장을 늘려왔음에도 보장률 지표로는 큰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
사실 건강보험료 인상에도 보장성 확대가 더뎠던 더 큰 요인이 있다. 통제가능한 요인으로 보험급여가 되지 않은 비급여가 지속적으로 팽창한 결과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보장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4대중증질환의 보장률을 크게 높였고, 상급병실에도 건강보험 적용했다. 특진료는 전면 폐지했다. 간호간병도 점차 늘려나갔고, 초음파·MRI에도 급여를 확대해 나갔다. 환자부담이 컸던 비급여를 지속적으로 급여화해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했다.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올린 이유다.
그런데, 기대만큼 보장률이 늘지 않았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는데도 남아있는 비급여의 가격과 양이 지속적으로 팽창했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팽창의 주범이었다. 실손의료보험은 특히 도수치료, MRI, 영양주사치료, 백내장수술 같은 비급여가격을 상승시키고 양을 급격히 팽창시켰다.
지금 실손의료보험가 크게 오르고, 가입자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액만 12조 원 정도에 이른다. 건강보험 급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도, 밑빠진 곳이 있으니 제대로 건강보험 보장이 늘지 않는 이유다. 문재인케어가 절반의 성공으로 그친 핵심 이유도 실손의료보험 통제에 실패한 데 있다.
여기에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도 얽혀있다. 한국사회는 공공병원이 부족하고, 그 자리를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의료기관은 공공병원과 달리, 생존을 위해서는 수익을 내야 하므로,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의료수요와 공급도 불균형으로, 요양병원이나 중소병원은 넘치지만, 정작 응급과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규모있는 종합병원은 부족하다. 의료공급의 불균형도 과잉경쟁과 과잉진료로 유발해 낭비를 가져온다. 코로나 유행이후 공공의료 강화가 요구됐지만 정권이 바뀐 후 그런 목소리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