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조명균-리선권2018년 10월 15일,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 협의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남북 대표단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 대한민국 헌법 제4조
우리 헌법에서 민족의 통일은 국가의 책무로 규정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또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제66조)를 진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통일 과업을 책임지는 통일부는 정권교체에 따라 조직의 존폐를 걱정해 왔다.
이 글은 통일부가 통일을 준비하는 정부 조직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통일부의 생존 투쟁과 조직의 왜곡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정부조직법 제31조) 정부조직법에 명시되어 있듯 통일부의 정체성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통일부는 본연의 업무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가? 필자의 시각에서 대답은 부정적이다. 통일부는 정권교체에 따라 생존 투쟁을 반복해 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통일부 폐지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으나, 조직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당시 적지 않은 관료들이 통일부를 떠나야 했으며 통일부는 본연의 업무가 아닌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다.
그 결과 통일부의 핵심 업무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호와 지원 업무가 자리 잡게 되었다. 통일부의 2023년 예산안에서 일반회계 사업비(1560억 원) 중 북한이탈주민 지원 예산(872억 원)은 약 56%에 달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 예산의 과반이 넘는 규모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우리 정부의 책무이다. 그 중요성에 대해 추호도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통일부는 '통일부'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일부의 업무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이다.
최근 여야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북한이탈주민 지원 주무 부처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고 남북 주민의 사회통합 프로그램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통일부가 지속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 통일부 소관으로 적절한가?
지난 7월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통일부의 5대 핵심 추진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였다. 국회의 재단 이사 추천이 지연되며 미뤄진 북한인권재단을 조기에 출범시키고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북한인권 문제가 인권의 가치가 아닌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는 상황을 지적하고 한반도 인권의 관점을 제안한 바 있다. 지금까지 남북 당국은 단 한 번도 북한인권 문제를 협상의제로 다뤄보지 못했다. (관련 기사:
북한인권, 보수의 외도와 진보의 침묵에 대하여 http://omn.kr/1z8ok)
지금까지 진보 정부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북한인권을 소홀히 했고, 보수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한 만큼 남북대화 자체를 진전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제 질문해 보자. 북한인권 문제를 통일부가 다루는 것이 적절한가?
지금까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북한인권 개선 노력은 남북대화가 아닌 국내와 국제사회를 주 무대로 진행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면 통일부가 반드시 북한인권 문제를 담당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북한인권 문제를 법무부, 혹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담당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두 가지 업무 중 대북 인도적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북한 인권 문제는 법무부(혹은 국가인권위원회)로 이양하자는 것이다.
관련하여 법무부는 이미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자료를 보존·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인권의 도구화를 지양하고 한반도의 시각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