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9월 19일 오후 부산 서구청 앞에서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등과 함께 ‘성매매처벌법 개정 촉구 행진’을 벌였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성매매는 성착취다. 성착취 산업 해체 위해 정부는 강력히 대응하라."
"성착취 구조에서 성매매여성은 피해자다.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 당장 삭제하라."
"해답은 이미 있다.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 삭제하고 성평등 모델로 전환하라."
성매매처벌법의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성평등 모델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자리에서 여성과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19일 오후 부산 서구청 앞에서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등과 함께 성매매처벌법 개정 촉구 행진을 벌였다.
이하영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오늘로 성매매 추방주간이 시작됐다. 22년 전 오늘은 군산 대명동에서 화재참사가 발생한 날이다"라며 "지난 18년의 세월 동안 성매매여성들은 여전히 처벌되어 왔고, 온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성매매여성이 처벌되는 성매매방지법 시대에 우리는 20년을 살았다.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지금처럼 살 수 없다"면서 "우리는 성매매 여성이 처벌되지 않는, 그래서 성매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싶다"고 밝혔다.
이 집행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에서 공허한 울림일 수도 있지만, 한 줌 작은 바람이라도 일으키고자 4박 5일간 전국 행진에 나선다"라며 "작은 바람들이 모여 회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변정희 살림 대표는 "서구에 부산 최초로 신작로가 들어섰고, 그 입구의 푸른 초원은 붉은 유곽이 되었다. 식민지 시기 미도리마치라는 이름을 가진 유곽은 오늘날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착취를 현재가 아닌 역사로 끝내고자 하는 우리들은 부산 완월동 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여성의 몸을 사고파는 구매자와 알선자들이 아닌 마을의 그저 평범한 주민들, 여성과 아이들, 더 많은 부산의 시민들이기를 바란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성착취와 폭력이 더 이상 침묵의 벽 안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래도 된다는 듯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또 다른 완월동이 더 이상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혜 대구여성인권센터 자활지원센터 소장은 "성매매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성매매된 여성은 인권의 관점에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성매매에 대한 책임을 약자인 여성들에게 묻고 있다. 성매매방지법이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아는 우리는 여성을 처벌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방관해온 역사를 반성하고 성매매처벌법 개정으로 답해야 한다. 마치 권리라도 되듯이 당당히 성구매하는 성구매자를 강력처벌하고, 알선업자 불법수익 몰수추징과 강력처벌 되었을 때 성매매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서구 부민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시민 임봉씨는 "성매매가 불법인 나라에 성매매 집결지를 만들고 육성하고 암묵적으로 지켜주는 이 이상한 시스템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면서 "정부와 부산시는 나서서 성매매 집결지를 즉각 폐쇄하라. 불법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포주와 건물주들을 잡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법이 최소한의 도덕, 약자 보호해야"
이후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등 경남지역 단체와 함께 '성매매처벌법 개정연대 행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상구(창원)씨는 시민발언으로 "성매매처벌법이 취약한 여성들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를 입고도 피해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재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며 "사회적 약자인 성매매여성들을 보호해줄 수 있고, 여성이 처벌받지 않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유순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상남상업지구는 전국의 어느 곳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의 산업형 성매매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면서 "작년에 '유흥주점 및 유흥접객원 실태조사 토론회'를 하면서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니 상남동이 행정동 1곳에 유흥주점 최다지역이었다"고 밝혔다.
부산‧창원지역 '행진'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성매매는 성착취다. 성매매, 성평등 모델로 전환하고 성매매여성 처벌 이제는 멈추자"고 외쳤다.
이어 "성매매방지법은 반쪽짜리 법"이라며 "성매매방지법의 하나인 성매매처벌법 인해 성매매여성은 '위계·위력에 의한 성매매 강요'를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된다"고 지적했다.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성매매여성의 처벌은 성매매여성의 인권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며, 나아가 법을 악용하는 알선업자와 매수자들이 여성을 통제, 착취하는 수단이 된다"라며 "이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지속시키며 성매매에 대한 책임의 주체를 혼동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추고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자 착취임을 분명히 인정하자. 성매매는 성착취"라면서 "여성의 취약한 사회적, 경제적, 성적 위치를 악용한 이 제도화된 착취가 사라질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앞으로 전주, 군산, 대전, 평택, 원주를 거쳐 오는 23일 서울까지 '행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