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현충원 안 보훈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조화.
심규상
화병 교체, 무궁화 1묶음 꽃기 운동 등 해법 모색
해법은 쉽지 않다. 화훼농가 등에서는 조화 대신 생화를 꽂자고 제안하고 있다. 생화를 사용하면 농가에서는 소득도 올리고 꽃은 이후 자연으로 돌아가 쓰레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가끔 생화를 놓는 경우도 있는데 고라니 등 산짐승이 몰려와 꽃대를 끊어 먹는 데다 이틀만 지나면 썩어서 냄새를 풍긴다"며 "만약 전부 다 생화로 헌화할 경우 또 다른 쓰레기 문제를 양산한다"고 우려했다.
조화 반입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이마저 번번이 좌절됐다. 대전현충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전직 고위공직자는 "조화를 없애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조화를 파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우를 해야 한다는 특유의 문화도 있어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전현충원 측은 고심 끝에 조화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플라스틱 재질의 화병을 돌 재질의 화병으로 교체하면서 기존보다 화병 입구를 좁게 만들어 조화를 한 묶음만 꽂게 해 자연스럽게 양을 줄이는 방법이다. 올해부터 화병 교체작업을 시작했다. 매년 2만기씩 오는 2026년까지 묘역 내 화병을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실제 현재 플라스틱 재질의 화병은 지름이 7.5cm다. 참배객들은 화병을 꽉 채우기 위해 평균 4∽5 묶음의 조화를 꽂아 놓았다. 대전현충원 측이 돌 재질로 만든 화병은 지름이 4cm 다.
다른 하나는 '무궁화 1묶음 꽂기 운동'이다. 말 그대로 국립묘지의 특성을 고려해 조화를 나라 꽃인 '무궁화'로 통일하고 한 송이만을 꽂자는 캠페인이다. 최근 찾은 대전현충원은 화병 교체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교체한 돌 화병에도 평균 2∽3 묶음의 조화가 꽂혀 있었다. 화병 교체가 조화 양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다.
충남 강경에서 왔다고 밝힌 한 참배객은 "교체한 돌 재질의 화병도 생각보다 크기가 크고 입구(4cm)도 넓다"며 "화병의 크기와 입구 모두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화병 크기나 입구와 무관하게 주변을 조화로 치장한 묘소도 많았다. 대전현충원의 한 묘소의 경우 수 십여 묶음의 조화로 뒤덮여 있었다.
환경단체에서는 '무궁화 1묶음(조화) 꽂기 운동'을 '무궁화 한 송이(생화) 또는 국화 한 송이(생화) 꽂기 운동'으로 대체하는 등 조화 반입이나 판매 자체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현충원 묘역에 꽃을 헌화하는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 관계자 역시 "유족들이 조화가 바람에 날리기만 해도 조화가 없어졌다며 민원을 제기한다"며 "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의 전직 고위공직자는 "조화가 없으면 현충원이 얼마나 깨끗해질지 생각해보라"라면서 "환경오염 등을 떠올리며 우리 특유의 보여주기식 겉치레 문화를 고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