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를 사랑하는 스물아홉살 서산댁 김영주 씨
최미향
결혼 4년 차 서울내기 김영주씨, 사랑하는 남편과 24개월 딸 라엘이가 있다. 그녀의 밤은 누구보다 길다. 아기를 잠재우고 살며시 들어가는 작은방은 그녀의 또 다른 세계를 선물해 준다.
"늦은 밤까지 머무는 공간이 바로 여기에요. 이곳에는 약 50여 마리의 파충류들이 살고 있죠. 낮에는 시간이 없어 아이들(파충류)을 잘 챙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른 아침과 밤에 도마뱀, 뱀, 밀웜 등을 보살펴요. 그리고 유튜브 '안도스튜디오'를 운영하는데 이것 또한 늦은 밤에나 할 수 있어요."
그녀는 필자의 며느리인데, 나를 부를 땐 어머니 대신 엄마라고 부른다. 전형적인 요즘 새댁이지만 사는 방법은 또 억척스러운 부분이 있다. 워낙 이색적이라 먼저 인터뷰 요청을 하자 쿨하게 승낙해줬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고부간이라기보다는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서 진행됐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육아를 책임지며 부딪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털어놨다.
서산댁이 되기까지
그림을 잘 그렸다는 영주는 중국 하얼빈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었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난 후 미래를 꿈꾸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 어쩔 수 없는 형편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버렸다.
영주는 이후, 그림을 포기하고 집 근처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미련은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도 했다. 메이크업과 함께 속눈썹 연장술 등 美에 관한 것이라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물론 출근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은 상태로.
"그다지 즐거울 것도 없는 그때 사랑하는 오빠를 만났어요. 우리는 매일 통화를 했고, 시간만 나면 오빠가 서울로 오든, 제가 서산으로 내려가든 그렇게 만났어요. 물론 여러 번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워낙 대화가 잘 통해서 금방 풀어지기도 했죠. 어느날 엄마(기자를 두고 하는 말)께서 결혼을 하래요. 솔직히 너무 놀랐지만 시댁이 너무 좋아 바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사귀던 영주는 25살 9월, 두 살 많은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고, 영주는 서산 예천동으로 시집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