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슈케크 전경비슈케크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이다.
전병호
거리에는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무궤도 전차가 달리고 있었다. 자동차들과 엉켜 달리는 버스 모양의 전차가 왠지 헐거워 보여 촌스러운 냄새가 풀풀 풍겼다.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번잡스럽지 않고 평화롭게 보여 좋았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의 첫인상이다.
낯설지만 친숙한 도시
'낯설지만 친숙하다' 이런 말이 성립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슈케크는 그런 도시였다. 그간 여행하면서 만났던 여느 도시보다 낯설었지만 뭔지 모를 친근감과 포근함을 주는 도시였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총 든 군인 동상들과 전쟁기념공원, 웅장한 레닌 동상과 벽화, 처음 접해보는 언어, 러시아 문자나 키르기스 문자로 쓰여 있는 알 수 없는 간판들이 그간 여행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섦으로 이방인을 더욱 여행자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딱딱해 보이는 도시 분위기와는 달리 대부분 이곳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별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고 늘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유목민들은 손님을 '신이 보낸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그들의 친절한 미소 속에서 유목민의 후예들다운 그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낯섦'의 정체는 여전히 도시 전체에 물씬 배어 있는 소련풍의 모습이었고, '친근감'의 정체는 이방인에게 열려 있는 비슈케크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