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폰아타 암각화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아 세계 곳곳의 역사학자나 학생들의 방문이 많다고 한다.
전병호
압도하는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지다
먼 나라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에서 이런 어린아이 그림 같은 암각화 군락을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천상의 이식쿨 호수를 떠나는 날, 우리는 촐폰아타 근처 암각화 군락을 방문하였다. 이미 암각화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고 있는 나는 벌판의 암각화 군락을 접했을 때 짜릿했던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먼저 압도하는 규모에 할 말을 잃었다. 암각화라고 해서 몇 군데 바위에 그려져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광활한 벌판에 널려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전라북도 고창에서 고대인들의 무덤인 고인돌 군락을 접했을 때처럼 수천여 년 전 먼 조상들의 나라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여기저기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는 돌밭 정도로 보였는데 그곳에 상주하는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는 약 7000개의 암각화가 그려져 있으며 이 암각화 군락을 돌아보는 것만도 2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눈표범, 말, 개, 산양 등 주로 동물 그림이 많으며 활을 쏘는 사람, 양날 도끼, 사냥하는 그림들 등 다양한 암각화가 분포되어 있었다. 이 암각화들은 고대 투르크 시대부터(B.C 2000년~) 비교적 최근인 19세기까지 오랜 기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이곳은 그저 보존되어야 할 유적지가 아니라 고대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생각과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민속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