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의 대명사 샤넬
픽사베이
올초에 샤넬 매장에 가기 위해 오픈런을 몇 번 시도했다. 샤넬 지갑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는데 몇 차례 하다 돌아섰다. 백화점 오픈 시간 전부터 기다려 10시에 대기 번호 44번을 받고 오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나절을 완전히 소진했는데 매장에 머무른 시간은 5분이 채 안 됐다. 게다가 번번이 물건이 없으니 허무함과 함께 '내가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자기 비하가 일었다.
네잎클로버를 연상시키는 반클리프 아펠의 인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이색 풍경이 벌어졌다. 백화점에는 대기 마감이 다반사라 오후에 백화점에 들렀다면 매장 방문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공식 홈페이지.
온라인 숍에서 재고가 풀리기를 기대하며 새로고침을 무한 반복한다. 잠깐 재고가 떴더라도 눈 깜짝할 새 다시 재고 부족 상태로 바뀐다. '득템력'(트렌드 코리아 2022, 미래의 창)있는 누군가 벌써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까지 이어지면 큰 돈을 썼겠지만, 오히려 돈을 벌었다는 이상한 논리에 무게가 실린다.
명품을 향한 이런 강한 열망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먼저 '나를 위한 선물'과 같이 자기만족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취향에 맞고, 사용할 때나 볼 때마다 만족감이 느껴지기에 큰 지출을 감행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명품이 주는 이미지나 디자인에 대한 호감,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구매로 이어진다. 아름다움이 가격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품이라 하면 비교적 만듦새가 정교하고 미감을 충족시키는 무엇이 있다.
셋째, 역설적으로 명품이 더 경제적이라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브랜드의 클래식 라인은 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출시된다. 유행에 덜 민감하다는 것인데, 저렴한 것을 사느니 명품을 사서 오래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의미이다.
이 외에도 과시욕구나 내구성에 대한 신뢰, 거듭 오르는 명품에 투자하려는 이유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명품을 구매한다. 스몰 럭셔리, 플렉스는 MZ세대의 트렌드이나 MZ세대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득템할 거리를 찾아 인터넷을 살핀다. 미리 선점하지 못하면 어느새 품절이 되기에 인터넷 정보에 민감해져 있다. 하나둘 사다 보니 가격에 대한 저항은 점점 옅어지는 것 같다. 인상 압박에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이익이라는 비논리적인 생각이 상식으로 느껴진다.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 중고로 되파는 데 구매할 때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비난할 일은 아닌데 자신을 한번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현실을 한번 따져보자는 말이다. 나의 욕망인지, 부추겨진 욕망인지, 그로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지 오픈런 하기 전에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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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돈 썼는데 돈 벌었다'고 느끼는 이상한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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