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쉼터에는 의자, 배낭걸이대 등 편의시설이 설치됐다.
이보환
높고 푸른 하늘에 마음을 빼앗기는 날의 연속이다. 들녘에는 곡식이 누렇게 익어간다. 바람과 햇볕이 영락없는 가을이다.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이런 날씨가 좋다.
1일 높은 곳에서 가을을 느낄 욕심으로 태백산을 찾았다. 태백산(太白山)은 강원도 영월군, 정선군, 태백시, 경상북도 봉화군의 경계에 있으며 정상은 1567m 장군봉이다. 이 산 자락에는 낙동강, 한강, 오십천까지 세 강의 발원지가 있다.
1989년 5월 강원도립공원 지정 이후 2016년 8월 우리나라의 22번째 국립공원이 되었다. 태백산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민족의 영산(靈山)이다. 정상에 천제단이 있고 토속신앙과 결합한 기도처와 사찰이 많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자장에 얽힌 전설이 기록되어 있다.
혼자하는 산행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몇 해 전 다녀온 적 있는 유일사 코스를 택했다. 태백산 국립공원 유일사 주차장은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두 곳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다.
오늘 갈 길은 유일사 주차장-태백사-유일사-장군봉-천제단에서 돌아오는 8.3km 구간이다. 경사가 심한 임도로 시작한다. 자갈길 양 옆으로 초록나무가 무성하다. 숲은 작은 소리도 놓칠 수 없을 만큼 고요하다. 꽃을 찾아 날아드는 윙윙~ 벌 울음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태백사라는 작은 암자를 지난다. 멧돼지가 출몰하니 고시래를 하지 말라는 안내문구가 눈에 띈다. 아니나 다를까 산을 오르다 멧돼지를 만났을 때 대처법을 설명한 안내판도 여러 장 있다. '멧돼지를 만나면 등을 보이지 말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움직이지 말란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돌탑이 쌓여 있는 곳을 지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기도한다. 멧돼지 만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