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청성면 작은도서관에서 열린 '2022년 영어문화캠프 비홀드'
월간 옥이네
모국어를 완벽하게 익히는 데도 일생이 걸리는 법, 하물며 외국어라면 어떻겠는가. 특히 영어는 세상사 안 쓰이는 곳 없는 국제 공용어임에도, 영어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유년기부터 영어를 친구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장벽은 확연히 낮아질 터.
지난 여름방학 청성면 작은도서관에서 1박2일로 열린 '2022년 영어문화캠프 비홀드(Behold,이하 영어캠프)'는 언어 장벽은 낮추고 배움의 즐거움은 드높이는 값진 시간이 됐다.
영어가 색다른 말벗이 되도록
청성교육공동체 '디아트'가 청성면에서 영어캠프를 주최한 건 두 번째.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영어캠프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먼저 장소를 놀이 공간과 학습 공간으로 이원화해 집중도를 강화했다.
유치·초등·중등부로 그룹을 나누고, 초등학생 참여자도 고학년과 저학년으로 세분화해 학생별 수준에 맞춘 영어 교육이 가능해졌다. 지역사회 관심도도 커져 언론 보도와 주민 후원이 부쩍 늘었다. 디아트 연군흠 대표는 올해 캠프를 '일거양득'이라 평가한다.
"따뜻한 관심과 지원 덕에 이번 영어캠프를 열 수 있었어요. 지난해 캠프도 지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청성에 영어 교육의 장이 마련된 것 자체에 관심이 집중됐거든요. 올해는 학년별 맞춤 교육으로 더 탄탄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준비했고, 우리 지역을 스스로 바꾸고 발전시키기 위해 주민이 머리를 맞대면서 공동체 의식까지 강화했어요."
이번 캠프는 지난해보다 양적·질적 측면에서 큰 성장을 이루었다. 청성 외 타 읍면 학생들까지 영어캠프에 참가해 인원수가 50명 이상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고, 강사진 수도 5명에서 15명으로 세 배 늘었다.
그저 규모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청성초등학교 총동문회의 도시락과 현수막 등 홍보 물품 지원을 비롯해 행정 협조에 발 벗고 나서준 청성면행정복지센터, 주민 관심을 북돋아 준 청성면민협의회 등 청성 각계각층의 전폭적인 격려와 지지가 캠프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 청성을 사랑하는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의 가치를 증명하는 화합의 상징으로 캠프를 당당히 완성한 것이다.
"즐겁고, 흥미롭고, 친근해야 해요. 엄중한 학습 분위기는 지금이 아니어도 차고 넘치게 경험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죠. 오늘 이 순간은 적어도 배움이 재미날 수 있다고 깨닫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문법도 어휘도 우리말과 이질적이어서 어려운 영어가 색다른 말벗으로 우리 아이들 머릿속에 다가가도록 말이에요."
연 대표는 배움의 앞뒤가 전치되지 않길 희망한다. 억압되고 경직된 언어 교육보다는, 친구와 소풍을 나온 듯 놀이 활동을 펼치고 선생님과 교감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영어에 몰입하는 게 '영어 말문 틔우기'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전체 행사 과정도 마치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하듯 기획했다. '영어 놀이터'의 철학에 맞게 요리 만들기, 오락 활동 등 즐길 거리 풍성한 캠프로 운영한 것.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고, 교육의 기회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게 농촌 실상이죠. 하지만 저희는 좀 다른 우물을 판 거예요.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얼마든지 영어를 배울 수 있다면 굳이 나갈 이유가 없겠죠. 게다가 청성은 교육 이주를 통해 생기를 얻은 지역이잖아요. 캠프 두세 번으로 세상을 바꿀 순 없겠지만, 캠프 이후의 청성은 이전과 분명 다른 희망을 하나 얻게 될 것이라 믿어요."
입가에 함박웃음을 잔뜩 붙인 아이들이 손깍지를 낀 채 동그라미를 그린다. 고음으로 터져 나오는 깔깔 소리가 듣기 거북하지 않고, 덩달아 들뜬 사회자 목소리에도 즐거움이 가득 번진다. 청성면 작은도서관에 일순간 행복이 형체를 지닌 듯 들어찬다. '영어'와 '캠프'의 개연성을 둘 다 놓치지 않는 이 풍경은 이번 영어캠프가 단순히 언어 공부를 위해 열린 것이 아님을 방증한다.
'영어 만날 기회'를 통한 나비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