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6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발표를 통해, 주52시간제의 기본틀을 유지하며 실노동시간 단축 노력을 지속하겠노라 공언했다. 단언컨대 정부가 한시적 추가연장근로 연장과 특별연장근로 인가확대를 추진하면서 실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위 정책들은 여지껏 사용자단체에서 요구해왔던 숙원과제들이다. 정부가 친자본 정책을 노골적으로 수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을 감언이설로 속이며 기만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2020년 9월, 고용노동부는 종전 사용자단체의 1주 최대 52시간제 연기시행 등 요구에 대하여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90% 이상 기업이 이미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반박했다. 2020년 12월에는 아예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가 5~49인 중소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공동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동 조사에서도 90% 이상이 1주 최대 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밝히면서, 1주 최대 52시간제가 국민이 뽑은 제20대 국회 좋은 입법(사회문화환경 분야) 1위에 선정된 것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1주 최대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되고 5개월이 지난 2021년 12월에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77%가 동 제도시행을 잘한 일로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는 한시적 추가연장근로의 연장과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정부가 이번 한시적 추가연장근로 연장 근거로 들고 있는 중기중앙회의 올해 8월 실태조사 결과도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이 실태조사로부터 불과 3개월 전 실시한 중기중앙회의 '중소제조업 주52시간제 시행실태 및 제도개선 의견조사'에 의하면 5~29인 사업장에서 1주 최대 52시간제 시행에 '전혀 문제없음'이 66.1%, '다소 어려움'이 23.9%, '매우 어려움'이 10.0%로 조사되어 한시적 추가연장근로 대상이 되는 30인 미만 사업장 90%가 제도도입에 어려움이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90% 이상이 제도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뿐인데, 그럼에도 한시적 추가연장근로를 연장하겠다는 것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확대하면서 정부가 보인 태도의 변화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까지만 해도 정부는 사용자단체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요구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와는 안 맞는 측면이 있다며 재해 등 긴급·불가피성이 있을 때만 허용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정부입장은 불과 1년 후 급선회하여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를 내부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사실상 근기법상 유연근무제로 편입시켰다.
사업주 입장에서 당연히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등 법률상 제약이 많은 유연근무제보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에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특별연장근로 인가건수는 4년새 무려 400배 이상 폭증했다. 정부정책이 이렇게 일관성 없이 추진되다 보니 신뢰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업주는 더 이상 1주 최대 52시간제 따위는 지키지 않아도 되고 노동시간 규제를 회피하는 방법도 많다는 정부의 신호가 이미 현장에서는 널리 퍼져있다.
기업에 장시간 노동착취 수라상을 갖다바치려는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