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트는 나에게 여러모로 잘 맞았다. 그냥 혼자서 조용히 무게를 올렸다가 내려놓으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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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디프로필을 찍거나 단기간에 벌크업(식사량 조절과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고 체력을 키우는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몸무게를 줄이고, 균형잡힌 몸매를 만들어 오래 유지하고 싶었다. 트레이너의 의견에 따라 나는 천천히 움직이는데 집중했다.
열심히 운동하는 것에 비해서 몸무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나의 장점은 빨리 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웨이트는 나에게 여러모로 잘 맞았다. 누군가와 경쟁할 필요도 없었고, 공을 맞받아치는 상대가 필요한 운동도 아니었다. 그냥 혼자서 조용히 무게를 올렸다가 내려놓으면 될 일이었다.
어느 날, 트레이너가 바디라인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몸무게가 꿈쩍하지 않으니 나도 인바디 수치가 궁금했다. 대체 왜 몸무게가 안 빠지는지. 알고 보니 전체적인 몸무게는 그대로였지만, 내부는 변화하고 있었다. 체지방만 쏙 빠지고 골격근량이 늘어 있었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몸무게는 많이 줄어들지 않게 보였던 것이다.
"전혀 변화가 없는 줄 알았더니 체지방이 빠지고 있었군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죠."
골격근이 늘자 몸의 변화도 있었다. 얼마 전 가족들의 코로나 확진으로 약 2주간 집에 머물렀다. 아이들부터 시작된 코로나 확진은 남편으로 나에게로 옮겨져, 자가격리가 길어졌다. 그동안 운동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아픈 가족들이 집에 있으니 운동할 시간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나까지 코로나가 확진되어 약 2주간 집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코로나로 심하게 아픈 며칠을 제외하고는 먹는 것도 잘 먹었다. 먹으면서 '또 엄청 몸무게가 늘어나 있겠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무게는 생각보다 많이 늘지 않았다. 0.5킬로그램이 조금 늘었다가 며칠 운동하니 금세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후에도 좀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엔 조금 늘었지만, 하루 이틀 운동하면 다시 줄었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의 인바디를 돌아보니 몸무게가 계단식으로 줄어들었다. 한동안 정체되어 있는 듯 하다가 빠졌고, 또 다시 정체기를 거치다가 줄어들었다.
천천히 몸을 적응시키면서 1년 동안 몸무게 7킬로그램을 감량했고, 최근 다시 1킬로그램을 감량했다. 복근은 아직 멀었지만, 내장지방 비율은 8에서 6으로 낮아졌다. 세상엔 빠른 시간 내에 살을 빼고 복근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나만의 속도로 가도 언젠간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느린 사람의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