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지난달 31일 이후 엿새 연속으로 조문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조문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박진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안보실2차장, 김용현 경호처장, 김일범 의전비서관, 천효정 부대변인이 함께 조문했다.
유성호
문득, 지난 11월 1일 한덕수 총리의 외신 브리핑이 떠오른다. 이태원 참사 당시 누군가 밀었다는 의혹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한 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큰 길 두 개를 연결하는 조그만 골목길이 세 가지가 있었는데 왜 그 중간에서는 참사가 일어나고, 양쪽 유사한 좁은 골목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는지 '상식적 비전문가'가 가지는 궁금증이 있다."
필자는 그의 '상식적 비전문가'라는 표현이 참 적절한 말이었다고 공감한다.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는 측에서는 얼마든지 고려해야 할 타당한 궁금증이다. 그래서 '상식적 비전문가'인 필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156명의 희생자 가족들, 200여 명에 달하는 부상자들, 그곳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 그리고 그 참혹한 현장의 충격 속에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국민들이 이 참사의 책임이 현장 경찰의 대응 부실로 결론 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선 경찰 몇 명의 직을 박탈하고, 죄값을 묻는 것으로 우리는 국가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의 성공적 재건을 기약할 수 있을까?
전 용산경찰서장의 인신을 구속하고, 보란듯이 미디어 앞에 내세우며, 모든 돌팔매를 맞게 하면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국가 책임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상식적 비전문가인 필자는 정말 궁금하다.
책임의 시작과 끝
국가의 책임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 수준을 보여야 한다. 전 용산경찰서장은 그 시작일 뿐, 그 끝으로 가는 길에 책임자는 여럿이다. 하지만 모두가 말뿐인 책임, 허울 좋은 '마음의 참담함'을 호소할 뿐 누구도 제 스스로 자신의 직을 내려놓는 책임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목숨을 잃었건만, 그들은 자신의 직을 목숨 걸고 지키려는 모양새다.
우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7일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에서 "언제 참사를 처음 알았느냐"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주민으로부터 (오후) 10시 51분에 문자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후 어떤 책임을 지겠냐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엔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제 마음의 책임이며 죄인의 심정"이라고 답했다. 마음의 책임? 그런 말장난 같은 이야기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박희영 구청장의 태도를 보니 이번 참사는 예견된 인재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그녀는 지자체 수장의 자격이 없다.
전 용산경찰서장과 함께 서울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경찰 수뇌부 전체가 경질돼야 한다. 사전 대응의 실패, 사후 보고의 실패, 타 기관과의 유기적 연계 대응 실패의 책임은 말단 서장이 아닌 해당 보고 라인 전체가 함께 지는 것이 마땅하니까.
책임의 끝자락엔 반드시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있어야 한다. 그의 참사 직후 실언 그리고 뒤늦은 해명은 조직관리에 대한 무능함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판단의 무능까지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10월 31일 이태원 참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경찰·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개인적인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재난안전의 컨트롤 타워인 행안부장관이 참사 하루가 지난 기자회견에서 개인의 생각을 마치 객관적인 근거있는 정보인양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사 열흘이 지나도록 당사자와 대통령실 모두 경질이나 사퇴의 뜻이 없음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온당치 않은 처사다. 지금이라도 엄중한 책임을 지시라.
일반 기업에게 요구하는 수준만큼이라도 책임을 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