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박지현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 민주당에서 대선캠프 활동과 비상대책위원회 모두 경험했다. 두 활동에 차이가 있었을 듯하다.
"대선캠프에서는 활동가로서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었다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정당체계에서 활동하는 것이라서 당 내부에서 수용되지 않은 이야기는 밖에서 하면 안 되는 제약이 많았다. 그리고 대선캠프 때는 제 분야의 이야기만 하면 됐다면, 비대위원장 때는 더 많은 주제를 다뤄야 했다. 또한 대선캠프 때는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조카 변호 문제나 형수 욕설 문제 등에 대해 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비대위원장 때나 그 이후에는 굳이 피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제가 비대위원장이 됐을 때 주변에서 두 가지 상반되는 조언과 반응이 있었다. 한쪽은 절대 젠더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다른 한쪽은 니(네)가 아는 이야기, 젠더만 하라고 했다. 그리고 젠더문제를 이야기하면 너 그 이야기하려고 왔냐고 했고, 다른 문제를 이야기하면 너무 깊숙하게 이야기한다고 했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어려웠다."
- '박지현 효과'에 대한 생각은.
"대선 결과와 관련해 '박지현 때문에 0.73%p 차이로 진 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혐오와 차별을 내세웠고 이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분들이 민주당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2030 여성들도 마찬가지인데 무엇보다 2030 여성이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해왔고, 디지털성범죄나 불법촬영에 대해서는 엄청난 위협과 불안을 갖고 있는데 제가 얼굴을 드러내면서까지 이야기를 하니 공감을 더 많이 하면서 투표를 했던 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박지현밖에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 않았을까."
"당 대표, 출마 안 하고 싶었지만... 당내 지지 8~9% 나와"
- 비대위원장 하면서 외롭지는 않았나.
"민주당에서 젠더의제가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젠더의제를 이야기하는 의원들은 당내에서 힘이 없었다. 젠더의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한계를 많이 느꼈다. 가장 외로웠을 때는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사건 때였다. 증언과 정황을 볼 때 성희롱 사건이 분명한데 그때 남성의원만이 아니라 여성의원도 말 한마디 보태지 않았다.
내가 여성의원한테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여성의원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사건은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의원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든 것도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 의원 한두 명이라도 목소리를 내줬다면 사건이 이렇게 처리되지는 않았을 듯하다."
- 당 대표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지방의원 공천할 때 제가 당 대표 출마하면서 언급했던 당헌·당규의 단서조항(예외조항)을 통해 공천받은 분들을 수없이 봤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게 엊그제 일인데 저한테만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부 상황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뻔뻔하고, 예외적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단, 저는 저를 당 대표 후보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단서조항에 따라 후보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고 그것조차 민주당이 거부해서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출마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당내 여론조사를 해보면 제가 8~9% 정도 지지가 나왔다. 민주당의 세대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를 통해 민주당 내부의 모순적이고 문제적인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민주당이 변화할 수 어떤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생각이나 입장은.
"2020년 6월에 만났을 때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줬던 이재명 후보를 생각하고 대선캠프 합류를 결심했다. 그리고 대선 직전 여성의날 행사에서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말씀을 해서 기대를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강욱 의원 성희롱 사건에 대해 피해와 증언이 있음에도 지금은 전쟁 중이니 공격하지 말고 넘어가자고 했다. 의원이 된 후에 인천 계양을 의원임에도 인하대 사건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고, 당 대표가 된 이후에 신당역 사건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이 커졌다. 이재명 의원의 장점이 분명 있지만 당 대표가 되는 건 이재명 개인에게도 민주당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무대포다? '임시직' 비대위원장이라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