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중단 촉구 경남시민사회단체 대책위(준)는 11월 11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성효
그러면서 그는 "당사자가 토할 거 같고 어지럼증이 나서 아파트 밑으로 내려오니까 수사관 10여명이 따라와서 아침 출근 시간에 둘러쌓다. 지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냐고 수군거렸다. 경찰차와 소방차까지 왔다. 사람들은 집에 무슨 큰 일이 있는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 조사가 끝나고 가는 도중에 자기들끼리 흡연 장소도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무엇이 좋았는지 웃었다. 서로 고생했다면서 웃었다. 그 자리에는 당사자가 있었다. 그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겟느냐"며 "제대로 된 공무원이라면 마스크로 가리고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김준형 위원장은 "경찰과 국정원 요원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악수하고 희희덕거렸다"며 "죄가 있다면 법원에서 판결할 것이다. 국정원과 경찰이 주민들 다 보는 곳에서 무엇 하는 것이냐. 그런데 마치 엄청난 죄가 있다는 것처럼. 그 가족은 10년간 살았던 아파트다. 앞으로 이웃들을 어떻게 보고 살라는 것이냐. 제발 정신 차려라"고 했다.
"정치적으로 공안몰이 타이밍 맞추기 위한 것"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검찰과 국정원이라는 권력기관이 국가보안법을 등에 업고 국가권력에 줄서기 하고 충성 경쟁하는 것이라 본다"며 "이 사건이 왜 공안몰이냐 하면, 지난 3일 영장이 발부됐다. 이게 국가 위기로 걱정한다면 그날 집행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왜 9일 집행했느냐. 정치적으로 공안몰이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 최조 발단이 2016년이라 한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서 국정원이 국민들에 대해 사찰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해온 거 아니냐. 지금으로부터 6~7년이 지났다. 그 당시에 당사자들을 처벌해야 했던 거 아니냐"고 했다.
이어 "왜 6~7년 끌고 와서 국정권와 경찰이 국가보안법을 등에 업고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정권의 안위를 생각하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제도권 정당을 없앤 악법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해방 이후 국가보안법으로 사형을 당하고 일가족이 패망한 사례가 얼마나 많느냐"며 "이번에 진주에서 압수수색을 당한 사람은 두 아이의 엄마이고, 성실한 가정주부다. 해도 너무한다"고 말했다.
박봉열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정부가 얼마나 치졸하고 악랄하게 자기만의 정치를 하는지가 이번에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온통 경제, 민생, 전쟁위기 속에 이태원 참사까지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함에도 피해나가기 위해, 모든 책임을 국민들에게 돌리기 위해, 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며 "답은 윤석열 정권 퇴진이다"고 말했다.
유경종 민주노총 경남본부 부본부장은 "지금 정부는 젊은 청년들의 아까운 목숨을 살리지 못했고, 제국주의적 본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 욱일기에 경례하라고 관함식에 참가했다. 국정원은 대통령실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경남연합 의장은 "도저히 한 말씀 드리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마이크를 잡았다"며 "이 나라에서 범민련은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다. 잡아 가려면 나부터 잡아가야한다. 아무런 이유도, 어떤 이유를 갖다 댄다 하더라도 정당성이 없는 나쁜 짓을 했어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박종철 경남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은 "저도 오래 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집에서 압수수색을 당했고, 그 때 어린 아이가 같이 있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런데 2년이나 지난 뒤 국정원은 '무혐의 통지'를 했더라. 국정원은 그냥 털고 보자는 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들, 국정원 발표 보고 나서 입장 밝힐 것"
대책위는 회견문을 통해 "무려 반국가단체를 조직했다는 영장 내용이 무색하게도 이번 압수수색은 제대로된 수사 내용도 없이 진행되었다"며 "국정원이 내민 영장에는 누가 지어냈는지도 모를 '자통민중전위'라는 이상한 단체명 외에는 조직의 실체에 대해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영장을 가져와서 없는 사건을 만들어내는 수준의 장시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이들이 반국가단체를 만들었다는 게 사실이고 증거가 확실하다면 왜 제대로 된 조직의 체계나 강령조차 없이 급하게 들이닥쳤단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2016년에 진행된 일이라면서 이제 와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도 의문이다"며 "공안당국은 근 몇 년간의 공개적 활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벌써 5년이 넘은 해외여행 경력을 문제 삼아 압수수색을 진행하였다. 공안당국은 경남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진행한 여러 사업을 북의 지령에 의한 것으로 둔갑시켜 압수수색을 진행하였다"고 했다.
이어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참가한 북한선수단 응원 활동,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캠페인, 친일과 적폐청산 집회등 시민사회단체의 고유한 활동을 북의 지령과 배후조종 진행하였다고 억지 조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윤석열 정부와 공안당국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희생양 삼은 공안몰이를 즉각 중단하라"며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찰하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만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압수수색을 당한 당사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종철 집행위원장은 "국정원이나 경찰, 검찰이 앞으로 어떤 사유를 대는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지금 당사자들이 입장을 밝히면 그 내용을 갖고 무슨 조작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며 "앞으로 국정원의 발표라든지 법원 재판 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준비위' 차원으로 구성되었고, 더 조직을 갖춰 다음 주에 정식 출범시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