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우 감독
영화사 풀
초반엔 부마항쟁기념재단 측이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강 감독은 "행안부에선 애초에 이랑을 아예 빼라고 지시했으나 한동안은 재단이 막았다. 9월 20일 자에 용역업체가 준비한 발표 자료에도 이랑 공연이 확정됐다고 표시돼 있다"며 "9월 22일에도 재단 실무자와 나눈 문자 등을 보면 이미 중간보고가 된 이상 이대로 밀고 가면 된다고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 징후가 나타난 건 이틀 뒤였다. 해당 실무자가 9월 24일 토요일에 서울로 올라와 강상우 감독 작업실로 직접 찾아온 것. 강 감독은 "그 노래를 빼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26일 재단 상임이사님이 이를 공식 통보했다"며 "재단 관계자께서 행안부에서 위협적인 지시를 했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재단 존립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강상우 감독의 녹취록엔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부마항쟁기념재단 관계자는 "감독님께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였는데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로 속상한 상황을 만들어 면목이 없다. 예산의 목줄을 행안부에 맡기고 있다 보니 매번 이러진 않지만 유사한 상황이 기념식 때마다 있는 상황이다"라며 "솔직히 말하면 뭐 3전 3패, 4전 4패, 저희 메시지를 관철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이라고 강 감독에게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검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행안부에 강 감독은 "(미래 지향적인 밝은 느낌의 기념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라는) 해명 자체가 본인들이 검열했다고 실토한 것"이라며 "공연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가수나 곡) 변경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검열이다. 이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용역업체 등이 일 진행을 세련되게 하지 못할 경우 (주최 측에서) 그런 지시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 조율 과정도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전 그 지시를 누가 내린 건지 듣지도 못했고, 직접 소통하지도 못 했다"며 "(행안부나 재단 측에서) 이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꺼려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섭외가 확정된 8월 초 직후 가수 이랑과 밴드는 공연을 위해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강상우 감독은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노래가 부족하다면 협의 과정을 거쳐 다른 방안을 만들면 되는데 (VIP가 참석할지도 모르니) 무조건 무색무취, 그 분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걸 우선 목적으로 삼고 있다"며 "가수와 밴드에게 본인들이 창작하지도 않은 노래(상록수)를 하라고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강상우 감독은 연출직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았고, 결국 행사는 진행됐다. 공개된 기념식 영상엔 성악가와 모 피아니스트가 이랑과 밴드 공연을 대신해 무대에 섰다. 애초 협의된 연출료 1000만 원과 가수 섭외비용 700만 원 또한 전혀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정산 주체인 재단은 뒤로 빠진 채 용역 업체가 연출료와 섭외비용을 합해 700만 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강 감독은 "행안부도 행안부지만 지금 전 재단에 크게 화가 나 있다"고 작심한 듯 말을 이었다. "본인들은 지금 어쩔 수 없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시는데, 저와 가수를 직접 섭외한 재단이 지금은 처음의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면서 용역업체에 (출연료 지급 등의 실무를) 일임하고 있다"던 강 감독은 "부마민주화항쟁이 (회사의 착취와 어용노조에 맞선) YH무역사건과 연관성이 있는데 지금의 부마항쟁기념재단이 그때 사측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제가 여러 차례 행안부가 불법적 지시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때마다 힘이 없다고만 할 뿐이었다. 이 정도면 (항쟁의 정신을 잇는 데에) 실격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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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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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기념식 감독 "VIP 참석 얘기 후 행안부 위협적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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