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창원위령탑 명석비.
윤성효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가포동에 세워진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희생자 위령탑'에는 희생자 524명의 이름이 박혀 있다.
창원특례시(시장 홍남표)와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회장 노치수)가 26일 오전 창원위령탑 제막식을 열었다. 유족들은 72년 만에 무덤도 없는 억울한 원혼들의 해원을 빌었다.
위령탑은 구산면 원전리 앞 괭이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세워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1기)는 한국전쟁 전후 경찰과 군인이 영장도 없이 구금시켰거나 불려갔던 창원지역 예비검속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1681명을 산골하거나 괭이바다에서 수장했다고 진실규명했다. 이승만 정부 때 벌어진 민간인 학살이다.
일부에서는 당시 창원지역에서 희생된 민간인이 2300명, 이 가운데 괭이바다에 수장된 희생자만 717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이름이 확인된 희생자 명단이 위령탑 뒤편 명석비에 새겨졌다.
진실화해위는 위령사업을 권고했고, 창원유족회가 창원시와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이번에 위령탑을 세웠다. 위령탑 건립은 허성무 전 창원시장 때 진행됐다. 이날 제막식은 경남도, 창원시, 창원시의회, 열린사회희망연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의 후원으로 열렸다.
제막식에서는 홍남표 창원시장과 노치수 회장,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문순규 창원시의회 부의장, 김영만 경남평화회의 상임대표를 비롯한 유족들이 위령탑을 감싸고 있던 천을 거둬냈다. 이어 합동추모제, 추모식이 차례로 열렸다.
창원유족회는 축문을 통해 "이승만 정부 하에서 참혹하게 학살당한 영령들이시여. 언젠가는 영령들의 고귀한 나라사랑 정신을 사회와 역사가 반드시 증명하는 날이 꼭 올 것이라 확신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그토록 잔인한 여름, 위정자들의 정권 야욕에 희생양이 되어 젊은 나이에 희망찬 꿈을 한번 펼쳐 보지 못하고 무참히 짓밟힌 영령들이여. 임들이 오랏줄에 묶여 산골에서, 벌판에서, 바다에서 무참하게 학살당한 원통하고 억울한 통한의 소리를 우리들은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또 "아내는 청춘에 홀로되고, 자식은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살아온 그 세월 어연 72년, 금수보다 못한 정권은 님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만행을 감추기 위해 유족들에게 연좌제로 죄인을 만들고 모든 사회활동에 제약을 주는 등 폭정을 일삼았다"면서 "우리는 님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하여 일치단결하여 당당히 진실규명에 나설 것이고, 일부 성과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노치수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승만 정부에서 붉은 딱지를 붙여 끌고 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임을 당하셨는지, 무덤도 없는 영혼들이 어느 하늘 아래에서, 어느 지하에서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계시는 학살희생자들의 영혼을 이곳 바닷가에 모시게 됨을 유족의 한 사람으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령탑 뒤쪽의 명석비에 새겨진 500명이 넘는 명단에는 독립운동가도, 농촌활동가도, 학교 선생도, 순수농민도 또한 미군폭격에 의한 희생자도, 인민군에 의해 학살당한 희생자도 새겨져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