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여 다른 거창한 반찬이 필요 없는 국밥
김지영
국밥은 제육볶음, 돈가스와 함께 당당히 아재 음식 삼대장 중의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요즘은 레트로 감성을 찾는 2030 MZ 세대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밥은 우리 식문화의 중심에 있다. 국이 없으면 밥 못 먹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국 또한 한국 식문화의 기본이다.
이 두 가지 음식 이름을 붙여서 만든 '국밥'. 기본에 충실하여 다른 거창한 반찬이 필요 없는 메뉴 국밥. 국과 밥에 전념한 나머지 이름마저 '국.밥'이라니 왠지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단출한 이름과는 다르게 국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국밥
술 마신 다음 날에는 황태를 푹 고아 뽀얗게 국물을 내고 두부를 넣고 계란을 풀어서 부드럽게 속을 달래 줄 황태 국밥이 제격이다. 콩나물을 한 줌 넣어서 끓이기도 하고, 칼칼하게 먹기를 원하면 청양 고추를 썰어 넣기도 한다.
황태에는 간을 보호해주며 해독과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리신과 메티오닌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고 한다. 또한 콩나물은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서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원할 때는 콩나물 국밥을 먹기도 한다. 맑은 국물에 콩나물이 가득 들어간 단정하고 깔끔한 국물에 얌전하게 계란 한 알이 올라 앉아 있는 모양새는 언제 보아도 먹음직스럽다. 나는 보통 국밥에 밥을 말아 먹지 않고 따로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콩나물 국밥 만큼은 뜨거운 국물에 토렴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토렴이란 원래는 예전에 식은 밥을 데울 요량으로 뜨거운 국을 식은 밥 위에 부었다가 따라내고 부었다가 따라내는 식으로 밥을 데운 후 뜨거운 국물을 얹어서 주는 방식을 말한다. 토렴식으로 먹는 콩나물 국밥은 밥알이 국물을 가득 머금어서 살짝 퍼진 것이 매력이다.
칼칼한 것이 먹고 싶은 날에는 김치 콩나물 국밥이나 무를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경상도에서는 소고기 뭇국을 빨갛게 끓인다) 시원하게 끓여낸 소고기 국밥을 찾는다. 김치 콩나물 국밥을 선택하는 날에는 잘 익은 김치의 시큼하면서 얼큰하고 칼칼한 맛에 뜨거운 줄 모르고 한 입 두 입 넘기다 보면 어느새 추위가 훌쩍 물러가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경상도식 소고기 뭇국은 혹자는 육개장에 빗대기도 하는데 육개장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육개장은 양지를 삶아 식혀서 찢어 갖은 양념을 해서 또 각종 야채(주로 나물)를 넣고 끓이는 음식으로 간이 좀 더 세고 진한 맛이라면, 소고기 뭇국은 들어가는 재료가 간단하면서 (소고기, 무, 파, 콩나물 등) 손이 많이 가지 않도록 냄비에서 한 번에 조리가 가능하다.
또 무가 들어가서 진하기 보다는 시원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가볍지만 든든한 한 그릇이 먹고 싶을 때 자주 찾게 된다. 비슷한 음식으로는 따로 국밥이 있는데 기본 베이스는 소고기 뭇국과 비슷하고 가게에 따라 선지나 우거지가 조금 더 들어가는 식이다.
따뜻한 국물이 주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