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꿈의 에너지' 핵융합 발전 성공 "경이로운 성과"

등록 2022.12.14 09:05

수정 2022.12.14 10:52

미국이 세계 최초로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핵융합 연구 시설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이 지난 5일 핵융합 '점화'(ignition)를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융합 점화는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에너지를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지속적인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다른 핵반응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을 생성하지도 않는다.

이는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같아 사실상 '무한 에너지'로 여겨진다. NIF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2.05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냈다.

탄소 배출·방사성 폐기물 없는 에너지... "역사책에 기록될 것"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핵융합을 시도했으나, 에너지 생산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핵융합은 1억℃가 넘는 엄청난 온도와 압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다.

LLNL 과학자들은 192개의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빔을 작은 연료 캡슐에 집중해서 발사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랜홈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태양과 별에서만 발생하던 핵융합에 성공했다"라며 "이처럼 획기적인 성과를 통해 탄소 배출 없이 풍부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1세기의 가장 인상적인 과학 업적 중 하나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발견으로 이어질 것을 의심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도 "태양과 별의 에너지 반응이 핵융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100여 년 만에 인류가 핵융합을 재연할 수 있는 순간에 이르렀다"라며 "이는 경이로운 공학적 성과"라고 추켜세웠다.

상용화 갈 길 멀지만... 기후변화·에너지 안보 해결 기대

AP통신은 "핵융합 발전을 상용화해서 가정과 기업에 공급하려면 아직 수십 년의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전문가들은 언젠가 핵융합으로 무한·무탄소 에너지를 생산해 기존의 에너지를 대체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플라스마 및 융합 센터 소장인 데니스 와이트 교수는 "이제 레이스의 출발 총성이 울린 것과 같다"라면서도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를 해결하기 위해 핵융합 발전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로체스터대학의 핵융합 전문가 리카르도 베티 교수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인류가 석유를 휘발유로 정제하고 점화하면 폭발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것과 같다"라고 이번 성과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킴벌리 부딜 LLNL 연구소장 "핵융합 상용화는 과학 및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큰 장애물들이 있지만, 노력과 투자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발전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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