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귀 감나무에는 올해도 감이 탐스럽게 익었다. 먹어야 할까, 먹지 말아야 할까? 나무 뒤로 한 제조업체의 공장이 보인다
김지원
특이한 이름의 이 마을, 거물대리(巨勿垈里)는 검은 대나무 마을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인삼, 포도 등을 키우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던 이곳은 김포가 도농 복합 시로 발전하면서 1990년 무렵부터 수도권 규제를 피해 찾아온 각종 주물공장과 제조업 공장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마을의 주민들은 문전옥답을 하나둘 공장들에 팔고 대처로 떠나기 시작했다. 애초에 계획적으로 산업단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다 보니, 공장들이 마을을 이로 물어 뜯은 형국이 되고, 매연과 먼지, 폐수를 남은 주민들에게 선물하기 시작했다.
거물대리 문제는 악취와 원인 모를 피부병, 암 발생 등을 호소한 주민들에 의해 점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역학조사 결과 토양 유해 물질 오염과 대기 오염의 심각함이 명확하게 밝혀졌고, 무엇보다 거주하는 주민들의 체내 시료에서도 니켈, 카드뮴 등의 발암물질 노출이 일반인의 수 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암 발생도 일반인구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회문제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것으로 주민들은 보상받고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됐을까?
2021년 무렵, 김포시와 환경부의 요청에 따라 해당 사업에 참여하여 주민들의 생체시료를 분석하고 각종 암 검진 등의 실무를 수행하게 돼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 기회가 생겼다.
당시 3개의 의과대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교실에서 차례로 연구과제를 맡아 수행하고 기본적인 역학조사와 노출 실태 파악이 끝난 뒤라 이제부터는 한 보건대학에서 건강진단 연구 용역을 수주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사업을 보건대학의 비의료인이 맡아서 하냐'라고 묻자 병원은 그냥 건강검진만 잘해서 결과만 달라고 답했다. 나머지 데이터 처리와 연구보고서 제출은 알아서 하겠다는 것. 사람을 다루는 의학 연구의 특성상 "검진만 그냥 해주시면 돼요"라는 말은 매우 무책임하다.
불행 중 다행은 주민들에 대한 건강검진 비용 보조는 비교적 넉넉해서 VIP 검진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원에서는 내원한 주민분들을 VIP 전담 코디가 일대일로 안내하고 있었다.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다. 약은 사실 없으니 '병 주고 병 있는지 봐주는 격이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변두리라 감내했던 환경 피해,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