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무인기의 우리나라 영공 침범 등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전문가들도 관심을 두고 올해부터 고조되는 한반도 긴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우려해온 해외전문가들은 과거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던 다양한 기회와 합의를 무시하거나, 합의를 이루고도 결과적으로 이를 차버린 미국에 그 탓이 있음도 지적한다.
지난 11월 11일 존스 홉킨스 대학교 조엘 위트 교수는 그가 운영하는 스팀슨센터 '38노스 프로그램'에 저명한 핵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와 1994년 북미합의의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당시 대북 특사 등을 초대했다.
해커 박사는 구소련 붕괴 후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버림받은 김일성이 생존을 위해 핵무기 개발과 함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2중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 그리고 이 '투 트랙 전략'은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3대에 걸쳐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시와 오바마 그리고 트럼프까지 미국 행정부는 언제나 북핵 문제 해결의 전환점을 만들지 못 했고, 그때마다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은 규모와 정교함을 확장시켜 나가는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부시 행정부는 '기념비적인 북미합의'를 '악의 축 타도'란 망치로 부쉈고, 오바마는 정권 초기에 김정일이 위성을 발사하자 거래를 포기했으며, 트럼프는 결정적인 하노이회담에서 박차고 나왔다는 것이다. 결국 부시가 잘못 끼운 첫 단추의 결과는 오바마와 트럼프로 이어졌고, 이 실패를 덮기 위해 출현한 '비핵화 신화'는 이후 미국뿐 아니라 남북관계에 이르는 관계망 전체를 '비핵화의 인질'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음을 뜻한다.
잘못 꿴 첫 단추... 그 후폭풍
최근 국내 상황으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 언론은 지난 3월부터 한반도 평화시계가 2017년 7~9월의 위태롭던 '한반도 위기' 때로 회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 출발점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후보 당선 보름 뒤인 3월 24일 북한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즉각 '북의 모라토리엄 파기'로 규정했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직전에 국제사회에 스스로 약속했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2018.4.20. 노동당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 조치를 깨고 나온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는 윤석열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공표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북핵 대처 확장억제 강화' 공약에 북한이 미리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권 교체로 인해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을 두 기둥으로 했던 '2018 한반도 잠정 평화체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음을 경고하면서 새 정부가 '강대강'(强對强)을 고수할 건지 '선대선'(善對善)의 가능성을 열 건지 취임 전에 재고를 촉구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선 비핵화를 말하며 단호하게 '강대강' 구도를 답으로 내놨다. 취임 직후 한미정상회담에선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북핵 억지력으로 핵우산을 제공하는 핵전략) 공약 실행력 제고를 위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회(EDSCG) 조기 재가동 합의, 한미연합훈련 확대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공식화했다. 한미 당국은 실무선에서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회' 개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북한도 답을 보냈다. 9월 8일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무력정책 법령 채택을 선포하고, '강대강' 전략에 입각한 핵무력 사용을 천명했다. 북한은 이를 전후해 5월에 4회, 6월 2회, 7월 2회, 8월 1회, 9월 3회 그리고 10월에는 무려 11회에 걸쳐 ICBM・SLBM・IRBM 등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비롯 군용기 편대 비행과 공대지 사격훈련까지 위기 수준을 끌어올렸다. 10월 31일부터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예정대로 전개되자 11월 2일에 3회, 3일에 3회, 5일 1회, 9일 1회, 17일에 1회, 그리고 18일에는 화성 17형으로 추정되는 ICBM과 함께 중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한반도는 강대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남한과 북한은 논평 등으로 거친 언사를 주고받다가 급기야 2017년 6월 이후 5년 만에 '북한의 무인기 도발'까지 벌어졌다. 남한의 대통령은 이 상황에 대응하면서 국방부장관에게 '확전각오' 지시까지 내렸다.
성사되지 않은 '이어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