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국동테니스클럽에서 포즈를 취한 김성씨.
오문수
"변화는 즐거움의 어머니이다"
위 글귀는 벤자민 디즈렐리(Benjamin Disraeli)가 주장한 말이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이른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밥을 먹고 직장에 출근해 매일 보는 동료들과 부대끼다 퇴근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산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아!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의 연속. 지나간 시절의 기쁨을 되찾을 수는 없을까?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오늘은 어제와 다른 뭔가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무엇 때문에 삶의 자극을 잃어버렸을까? 일상탈출을 꿈꾸며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자연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나날이 늘어간다.
모든 일상이 시시해지고 시큰둥해지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법은 변화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지겹도록 오랫동안 살고 있던 장소를 떠나 새로운 분위기에 취해보는 것도 괜찮다. 한 번도 만난적 없던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나태해진 삶의 방식을 바꾸고 내 안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보는 건 어떨까?
변화된 환경속에서 새로운 관심이며 취미를 개발할 수도 있다. 오래된 태도를 돌아보고 새로운 전망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음악이나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타인과 어울리며 동료의식을 느낄 수도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전진할 힘을 줄 수도 있고 내 영혼 속에 잠들어있던 본성을 되살려줄 수도 있다. 생각은 쉽지만 본격적으로 감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정년퇴임 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35년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여수에서 1년 살기에 나선 이가 있다. 벌써 7개월째 살고 있는 김성씨. 여수 국동항 인근 오피스텔에 자리를 잡고 국동테니스 클럽 동호인들과 어울리며 여수의 진면목을 맛보는 그를 만나 '1년 살기' 대상지로 여수를 택한 이유를 들었다.
만능 스포츠맨인 김성씨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테니스다. 서울 소재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 그룹에서는 최상위 그룹에 속한 그가 퇴근 후 동호인들과 라이트 켜진 테니스 경기장에서 운동하던 중 우연히 밤하늘에 날아다니는 벌레들을 보았다. "밤하늘에 왜 이렇게 벌레들이 많지?" 이상히 여겨 잠시 테니스를 멈추고 자세히 바라보니 벌레가 아니라 서울 밤하늘에 날아다니는 먼지였다.
"아니! 벌레인 줄 알았더니 먼지들이 이렇게 날아다니면 서울 공기가 얼마나 나쁘다는 건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 중 두 가지가 공기와 물인데….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집, 운동. 아! 지겹다. 이 생활을 벗어나 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은 없을까? 젊었을 적 패기는 사라져버리고 어느새 타성에 젖어버린 내 삶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고민 고민하던 그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은연 중에 암시했다. 퇴직하면 잠시라도 휴가를 가겠다는 아빠 생각을 지지해주던 딸이 동의해줬고 어렵사리 아내에게서 1년간의 허락을 받아냈다.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그는 '1년살이' 대상지를 물색하기 위해 제주도, 남해, 동해안 등을 돌아다녔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특히 제주도는 관광지다 보니 한 달살기는 가능한데 1년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지를 검색하던 중 여수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여수 국동항 인근에 자리잡은 오피스텔이 눈에 들어왔다. 여수 국동항 인근 오피스텔을 대상지로 정한 후 자전거를 타고 국동항 인근을 돌아보니 2㎢ 정도에 걸쳐 배가 정박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