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 간호사 -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루어 방문한다.
송홍석
한번은 혼자 사시는 80대 같은 95세 할머니 댁에 방문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일주일 째 지속되는 두통으로 방문 진료를 요청하셨고, 혈압을 재보니 200/100mmHg로 매우 높았다. 약을 확인해보니 근처 의원에서 처방받은 혈압약과 관절통약은 있었다.
"할머니, 근데 혈압약은 왜 안 드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건강이)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안 먹지~"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혼자 병원에 다니신다고 한다. 우리는 할머니께서 혈압관리를 잘 하실 수 있도록, 댁에 방문하는 요양보호사와 근처 의원에 할머니의 건강 사정에 대해 알려드리기로 하였다.
노부부 모두 건강이 여기저기 좋지 않은데, 병원 갈 형편이 안되어 신청한다는 방문 진료 의뢰가 들어왔다. 이에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70대 중반인 할아버지의 건강이 특히 좋지 않았다. 작년 겨울부터 손이 말리는 느낌이 들었고 왼팔은 경직되고,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않고 우측 다리 감각은 떨어지고, 좌측 허벅지는 꼬집어도 모를 정도로 감각이 떨어졌다 하신다.
"가장 불편한 것은 걸음걸이가 불안한 것이고 점점 악화되는 것 같다. 올해 초에는 우측 팔이 안 움직였고, 최근 몸이 앞으로 쏠리고 넘어진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 자체가 너무 힘들다."
동네 한의원에서 목 디스크 같다며 한달 동안 치료받다 병원비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셨다. 중풍이 의심되었지만, 병원비 부담으로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B형간염과 고혈압도 있어서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도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슬하에 두 아들이 있지만 둘 다 빠듯한 수입에 도와줄 형편이 안됐다. 할머니의 보장성 보험 가입으로 기초생활수급권 신청도 탈락하였다. 기초노령연금과 노인 일자리 수입 100만 원으로 버텨야 하는, 그야말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구였다.
방문 진료 후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의료비 지원제도'의 지원을 받아 정형외과와 신경과에서 MRI 등의 검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척추질환도, 중풍도 아니었다. '심한 우울증'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들이었다. 할아버지의 증상은, 작년까지 초등학교 당직 기사로 일하다가 체력검사에서 탈락하여 작년 10월 직장을 그만둔 이후 생긴 것들이었다. 할아버지는 건강이 악화되어 노인 일자리마저 잃게 되면 소득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과 그런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계속 가지고 계셨다.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아픈 이들의 삶의 현장을 함께 들여다보고 돌보기
진료실 밖으로 나가면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해서 병원에 오지 못하는 이들, 경제적 사정으로 병원 이용이 장벽으로 다가오는 이들, 신종감염병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으로 병원에 오지 않은 이들의 삶을 잠시나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