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동민
"매일 일만 하고 수학여행은 가본 적 없었는데 난생처음 해본 눈꽃여행이 너무 즐겁습니다."
철로로 이어진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 펼쳐졌다.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며 '2023 봉제인의 수학여행'에 참가한 이혜정 조합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지난 1월 7일 화섬식품노조 봉제인지회, 봉제인공제회, 희망철도재단, 전국철도노조, 한국철도공사(KORAIL)는 함백산 만항재와 365세이프타운 일대에서 '나 태어난 이 강산에~'라는 슬로건으로 '2023 봉제인의 수학여행'을 진행했다.
이번 여행은 평생 미싱사, 재단사로 일한 봉제노동자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하고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 간 교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 기획됐다. 서울봉제인지회 이정기 지회장은 "수학여행의 추억이 없는 봉제인들이 많다. 참가자 모두에게 교류와 배움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22명의 참가자가 모두 같은 일을 하니, 할 말도 많아진다. 열차 칸은 금세 웃음으로 가득찬다. 열차 내에선 조합원들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심리상담 프로그램 '마음산책'이 열렸다. 전유정 조합원은 "지회에 가입한 지 얼마 안되어서, 참석이 망설여 졌는데 다른 조합원들과 금방 친해져 수학여행 내내 어색함 없이 편안했다"며 "특히 마음치유 프로그램이 좋았다. 다음에 지회 행사가 있으면 참석해야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제천역에서 버스로 갈아타 함백산을 향해 내달렸다.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인 '만항재 정상' 표지판 아래에는 해발 1330m라고 적혀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6일 늦은 오후부터 7일 오전 사이 중부내륙 지역은 5㎝이상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언덕을 지나 수많은 나무가 보였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눈결정이 맺혔다. 김진아 조합원은 "눈꽃이 너무 예쁘다. 다른 여행과는 달리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편안하다"고 말하며 연신 휴대전화 셔터를 눌렀다. 철도노조 정재하 사회공헌국장은 "희망철도재단을 통해 이 땅의 노동자들, 특히 청계피복노조와 전태일의 후예로 살아온 봉제인들에게 열차를 통한 여행경험을 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수학여행은 철도노조와 희망철도재단의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철도노조는 공공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2016년 1월 4일 희망철도재단을 설립하고 사회공헌 사업을 수행, 다양한 협력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편, 봉제인공제회는 조선노동공제회 이후 최초의 공제회로,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운 소규모·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봉제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복리후생을 취지로 2019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