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국정원이 쓴 삼류 소설, 검경이 주연 배우 찾아다니나"

▲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는 12일 경남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윤성효

"평화·통일운동을 일상으로 하는데 무슨 북 지령을 받았다는 것이냐."
"(경남)창원에 방위산업체가 많다고 '간첩단 본부'라는 소설을 쓰고 있다."

수사당국이 지휘 중인 지역 시민단체의 국가보안법 위반 의혹 사건과 관련해 보수 언론들이 연일 공안몰이식 보도를 내놓자, 진보·통일운동과 변호사 단체들이 강하게 반박했다.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아래 경남대책위)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는 12일 경남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가정보원·경찰청은 지난해 말 창원, 제주, 전주지역 통일·진보단체 활동가와 진보정당 관계자들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최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이를 '간첩단 사건'으로 지칭해 보도했다.

이에 경남대책위는 국가정보원 원장, 안보수사국장, 대변인 등을 비롯해 <동아일보>, <조선일보>, <문화일보> 기자를 피의사실공표,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경남대책위는 "공소도 제기되지도 않았고, 당사자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건을 마치 국가정보원이 간첩을 확정한 것처럼 호도했다"라며 "이는 국가정보원 등 공안기관이 보수언론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공하고, 일부 보수언론이 이를 가공해 조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철순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직원법상 직원들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면서 "최근 일부 언론은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피의 사실을 기사화했다. 심지어 압수수색 영장 내용까지 보도했다. 이는 그 정보를 알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유출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언론사 기자들도 위법행위에 가담한 것이라 기자들도 고발했다"라고 밝혔다.

"간첩? 평화와 통일 사랑하는 사람들"

▲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는 12일 경남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보경 교사.윤성효

박종철 경남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고, 평소에도 주한미군철수와 한미군사훈련 반대, 통일운동을 한다. 이게 우리 일상인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이는 매일 밥 먹는 사람한테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의 지령을 받아 진보 단체가 선거 때 진보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는데 진보단체가 진보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보수 후보를 지지하라는 말이냐"라며 "경남진보연합은 오는 3월에 한미군사훈련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대 투쟁을 할 것이다. 이런 활동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평화통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의 양심에 따라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아 무죄를 선고받은 최보경 교사는 "언론 보도 내용을 보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간첩 취급을 받는) 그분들은 제가 알기로는 민주주의, 자주통일을 위해 온몸을 바쳐 희생하고 양심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최 교사는 "8년 동안 재판을 받다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국가권력, 정부에서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면서 "국가 민주주의와 자주통일을 위해,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하 경남대책위 대표는 "구시대 일제잔재인 국가보안법을 두고 국정원은 삼류, 사류 소설을 쓰고 검찰과 경찰은 주연·조연을 찾아 헤매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는 조중동 등 수구적폐 언론은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도 '간첩단' 조작 사건에 일조하며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과시해 왔다"라면서 "10년 전, 20년 전 아니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전혀 새롭지 않은 낡아 빠진 색깔론으로는 더 이상 국민들의 눈을 가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